TV나 신문, 잡지를 볼 때면 흔히 접하는 것은 ‘광고’다. 광고는 언론에게도, 독자에게도 필요한 영역이다. 심지어 사회와 국가에게도 원활한 정보교류와 경제적 순환을 위해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광고가 금지된 품목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문의약품’이다.
정부는 총리령으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전문의약품의 일반대중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회는 지난해 12월 전문의약품 광고제한규정을 약사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규제를 강화했다. 광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선호를 차단해 약효가 강하고 부작용 등 위험성이 높은 전문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규칙 제78조에 따르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부터 12호까지 정하고 있는 감염병의 예방용 의약품은 대중광고가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 이하 식약처)는 “감염병의 예방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정보전달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허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폐렴구균 백신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년 전 같은 연기자인 배우자 지성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은 이보영씨를 앞세워 회사의 아기전용 백신 ‘신플로릭스’를 선보이고 있다. 광고에는 엄마들이 신플로릭스를 선택하는 이유, 유아들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내용이 ‘세계 백신판매 1위 GSK’라는 문구와 함께 전달된다. 폐렴, 급성중이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미숙아접종도 가능하다는 선전도 포함돼있다.
신플로릭스와 경쟁하고 있는 화이자(Pfizer)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도 TV광고를 시작했다. 광고는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거듭난 박지윤씨가 해설자로 나서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접종이 가능한 백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접종 1위 폐렴구균백신’, ‘전문의약품 세계판매 1위 화이자’라는 문구도 GSK처럼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 광고가 식약처가 설명한 ‘감염병 예방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광고 어디에 폐렴구균과 백신의 효용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포함됐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화이자의 광고에서는 연령별 주의 증상과 백신의 필요성이 언급돼있지만, 두 회사 광고 모두 ‘판매 1위’라는 문구와 상품명만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 대변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의약품광고심의를 거쳤으며 효능효과 등 허용된 범위에서 일반의약품과 동일하게 광고를 할 수 있다”며 “일반 국민들은 오히려 백신 등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있고, 문의도 많다. 그래서 광고를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견 납득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곱씹을수록 이해하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감염병 예방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상품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광고를 권장한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식약처 대변인이 주장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국가예산이나 관련 비영리단체의 재원을 바탕으로 한 공익광고를 제작해 전파하는 것이 목적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 더구나 전문인력을 뽑아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홍보에 쓰는 식약처가 공익광고가 아닌 상품광고를 ‘이용’한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식약처가 폐렴구균을 제외하고 법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감염병 관련 정보성 공익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폐렴구균 백신에 대한 상품광고만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콜레라나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C형간염 등 다양한 법정감염병이 존재하고, 관련 전문의약품이 존재하지만 광고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된 결핵이나 B형간염, 일본외염, 수두,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류 3가·4가·5가 등에 대한 광고가 일부가 확인될 뿐이다. 이와 관련 한 블로거는 “백신이 한 국가에서 무료가 되는 순간 해당 백신광고는 복지 또는 선량한 국가의 책무라는 허울로 포장돼 (수익추구라는) 불순한 의도는 쉽게 숨겨지고 공격성은 왜곡된다”고 평했다.
이어 “(NIP는) 개인의 소비에서 국가의 소비로 변화할 뿐, 제약사의 이익은 고스란히 보장되거나 확대된다. (제약사 입장에서) 몇몇 정책 입안자들만 잘 상대하면 국가가 알아서 질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주고, 공급량만 잘 조절하면 개인이나 의료기관이 나서 국가가 사정해 좀 더 달라고 울며 매달리게 된다. 참 쉬운 돈벌이”라고 비난했다.
주변의 몇몇 의료인들도 “식약처의 설명은 변명”이라는데 공감의 뜻을 표하며 식약처가 주장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광고허용은 명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나서서 공익광고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이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나 국민이 바라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어떤 백신이 있는지도 알면 좋지만 3가와 4가의 차이, 어떤 백신이 아이에게 좀 더 효과가 있는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더 원하는 것”이라며 의료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정보는 분명 중요하다. 제약사가 광고를 통해 머리에 각인시키는 상품명과 효능효과도 필요한 정보인 것은 물론 맞다. 하지만 주관적이거나 객관성을 판단할 수 없는 정보가 넘칠 때는 ‘제한적’이지만 ‘객관적인’ 정보가 더욱 절실하다. 인식할 수 있는 정보를 단초로 필요성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현실세계에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는 가공되지 않았을 때는 자료에 불과하다. 그리고 파편화된 정보는 오히려 선택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자타 ‘규제기관’이라고 불리는 식약처가 가진 방대한 자료와 가공한 정보가 부디 국민들의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공익적 목적을 위해 객관적이지 못한, 하물며 주관적이기까지 한 정보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직접 혹은 목적에 맞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