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배우 이준호의 첫 주연작이다. 가수로서는 이미 베테랑이지만 배우로서는 막 발을 내딛은 이준호이니만큼 부담도, 기쁨도 컸을 것이다. 2일 오전 서울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호는 “아직도 강두라는 사람이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다.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스스로 ‘나는 과연 강두를 잘 표현했나?’라고 돌이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제가 강두라는 캐릭터를 보고 떠올린 생각대로 연기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적어도 제 노력만큼은 표현된 것 같거든요.”
이준호가 맡은 강두는 사연이 많고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남자다. 이준호는 “처음 강두를 봤을 때, 감정 기복이 심하고 피곤한 인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지와 상황을 비관하지만 남들에게 표현하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이랄까요.” 그러나 김진원 PD의 의견은 달랐다. 딱 봐도 ‘저 친구는 정말 힘들구나’라는 것이 보이면 좋겠다는 김 PD와 이준호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이준호가 원했던 강두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가 됐지만, 이준호는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감독님을 믿고 연기한 것이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4회까지의 대본을 받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중간 전개부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라는 생각을 잠시 했죠. 시청자분들도 호불호가 갈리시더라고요. 그런데 어찌 보면 그게 또 저희 드라마의 재미인 것 같아요. 제가 작가도 아니고 연출도 아닌데, 제가 알아 온 드라마의 포맷 안에서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전개를 멋대로 생각하고 연기에 임하면 연기도 클리셰적으로 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드라마의 결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것이 진하게 느껴지거든요.”
시청자들의 호불호 또한 취향의 문제라고 이준호는 말했다. 가지각색의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이 기사 댓글 등으로 드라마의 내용에 관해 서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큰 힘을 받았다고. “여과없이 현실을 담아낸 드라마이기에 그 고통을 드라마에서 느낀 분들도 계셨겠지만, 그래서 더 좋아하는 분들도 계셨을 거예요.”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평균시청률은 2%내외.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드라마 캐스팅 당시부터 김 PD는 이준호에게 시청률에 관한 부담은 접어두고 임해달라고 했단다.
“시청률이라는 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거예요. 제 전작인 ‘김과장’의 경우도 예상을 뒤엎고 좋은 성과를 내 준 작품이었죠. 주연 배우라면 시청률에 관해 생각해야 하고, 좋은 시청률을 이끌어낼 능력과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저는 알아요. 당연히 ‘내가 잘 이끌고 가야겠다’라는 생각 정도야 했죠. 그렇지만 부담감을 가지진 않았어요. 결국 잘 하려면 제가 연기를 잘 하는 것만이 돌파구였거든요. ‘나 때문에 시청률이 낮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제 연기를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에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죠. 물론 개인적인 목표도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치기는 해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찾곤 하거든요. 그간 못 해 본 캐릭터들 위주로 연기하고 싶어요. 물론 2PM활동을 병해하는 입장이다 보니 타이밍도 잘 맞아야겠죠?”
이준호는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찍은 5개월 동안 많은 게 변했더라고요. 당분간은 그 5개월을 채워넣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요. 드라이브도 하고 싶습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