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병헌 감독이다, 잘하는구나 생각했죠”
배우 이성민은 지난 22일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처음 봤다.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다. 불륜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어떻게 풀었을지, 계산된 코미디에 관객들이 웃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걱정이 사라졌다. 끈적끈적하지 않고 귀엽게 그려져 다행이었다. 이성민이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 감독을 ‘천재’라고 치켜세운 이유다.
29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영화 촬영 초반부가 수월하게 흘러가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이 조금 엉뚱해요. 평소 말투도 그렇고 우리랑 방식이 약간 달라요. 처음 영화 촬영을 시작할 때는 감독님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 이게 OK지,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았죠. 특별한 디렉션을 준 것도 아니고 더 해볼 준비를 하는데 OK라고 하니까 ‘영화에 관심이 없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나중에 영화를 보니까 감독님이 어떻게 할지를 다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엉뚱한 디렉션에 ‘이게 말이 돼?’ 싶은 적도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게 말이 되더라고요. 대중들이 이병헌 감독에 호감을 갖는 게 이런 B급 정서 때문이구나 생각했죠.”
‘바람 바람 바람’은 두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 불륜으로 뒤엉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적극적으로 불륜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코미디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성민은 문제 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영화니까 불륜 미화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했어요. 단순히 소재 때문에 걱정한다는 건 자기검열이 될 수 있고 그러면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으니까요. 전 이야기가 신선하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이 영화가 지금 한국정서에 잘 맞을지 걱정했지만 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보고 군더더기 없이 유쾌하고 단순한 코미디로 나와서 만족해요. 더 센 장면들이 나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는데 전 오히려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말로 풀어낸 느낌이라 더 담백하고 좋았어요. 야한 장면을 직접 보여줬다면 영화의 색깔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이성민은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에 이어 또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바람 바람 바람’은 ‘보안관’의 코미디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치밀한 계산에 의해 완성된 본격적인 코미디라고 설명했다.
“‘보안관’은 전체 상황이나 인물들의 모습에서 코미디가 나왔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치밀하게 계산된 코미디예요. ‘보안관’은 관객들이 어디서 웃음을 터뜨릴지 모르고 작업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보안관’은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죠. ‘바람 바람 바람’은 코미디 영화예요. 우리가 웃긴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야 하는 영화죠. 계산한 몇 군데에서 관객들이 웃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 때문일까. 이성민은 매번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잠을 잘 못 잔다고 털어놨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쁜 것보다 관객수가 적게 드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이성민은 관객들이 ‘바람 바람 바람’을 부담 없이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들이 ‘바람 바람 바람’을 보면서 잘 웃고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요. 함께 수다를 떨다 오는 느낌의 영화였으면 해요. 불륜 소재를 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불합리한 이야기를 웃음으로 털어 내버리는 영화로 봐주시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부가 함께 보면 부부 관계가 더 좋아질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