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트코인 공부하고 떼돈도 번다…사실은

[기자수첩] 비트코인 공부하고 떼돈도 번다…사실은

기사승인 2018-04-20 05:00:00

출근 지하철 안이었다. 한 사람이 칸을 이동하며 벽에 전단지를 붙이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비트코인이 인기니까 투자 노하우를 가르치는 곳도 당연히 있겠거니 싶었다.

그러다 연간 100~300%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에 긴가민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단계 업체였다. 호기심에 전화를 걸어봤다. 내선전화로 걸었을 땐 실패했다. 휴대전화로 걸자 바로 연결됐다. 상담이 많으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이 왔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가상화폐를 악용한 유사수신이 활개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통화를 빙자한 유사수신 신고·상담 건수는 453건이다. 이 중 수사의뢰 건수가 153건이다. 사기범들은 시중금리 보다 높은 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다단계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금 1500억원을 훔쳐 달아난 사기총책이 붙잡힌 사례도 있었다. 범인은 6개월을 투자하면 원금 두 배를 주겠다고 속였다. 또 투자자를 소개하면 수수료를 주는 피라미드 방식을 썼다.

비트코인은 신종 투자처로 주목 받았다. 지금은 동시에 범죄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우린 이미 이렇게 되리라고 알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감독을 받지 않는다. 단순히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결국 투자가 투기로 번지고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거래소를 상대로 압력을 넣었지만 실패한 듯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피해자가 되기 전에 스스로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비트코인은 서민들의 마지막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희망고문이 되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 비트코인 열기는 월드컵 이상으로 참 뜨거웠다. 자리에 앉으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썰’을 풀기 바빴다. 요즘은 관심이 줄어든 듯하다. 우선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한 때 2000만원이 넘게 거래됐다.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개당 87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오름세를 되찾은 듯 하지만 가격 등락이 워낙 심해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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