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 정부 1년, 멈춰버린 GMO 정책

[기자수첩] 文 정부 1년, 멈춰버린 GMO 정책

기사승인 2018-05-09 05:00:00

문재인 정부가 수립된지 1년이 지났지만 공약으로 내걸었던 GMO 완전표시제는 여전히 멈춰있다. ‘사람이 먼저’라던 문 정부는 국내외 찬반여론과 무역마찰 우려 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GMO 완전표시 요구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2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청와대가 직접 답변하기로 한 ‘한달 내 20만명 이상’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청원자는 글을 통해 현재 국내에 유통·판매되고 있는 GMO 제품에 대한 어떠한 표시가 없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특히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공공급식과 학교급식에서의 사용을 전면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에 수입되는 콩, 옥수수 등 식용 GMO 원물은 연간 200만톤 수준으로 국민 1인당 40㎏ 이상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언제 어떤 제품을 통해 GMO를 섭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현행법상 GMO 원물을 사용한 제품은 이를 표기해야하지만 제조과정을 통해 해당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을 경우 표시의무에서 제외된다.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류와 간장제품의 90% 이상이 원물로 GMO 작물을 사용했지만 어디에서도 표기를 확인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역차별’을 이유로 Non-GMO 표기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GMO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된 의견대립은 수십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관련 피해사례는 1989년 발생한 ‘트립토판’ 사건이다. 일본 기업 쇼와덴코에서 유전자재조합 박테리아를 통해 생산한 트립토판을 섭취한 북미 일부 사람들 중 1500여명이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고 37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미국 FDA와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결과 트립토판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위험성 논란은 계속돼왔다.

문 정부 입장에서는 선뜻 어느 손도 들어주기 애매한 상황이다. 후보시절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국내기업 역차별과 산업 피해, 무역마찰 등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표기의무에서 자유로운 수입식품에 대해 국내 제품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한 시장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1만2515명의 고용감소와 1조원 가량의 손실을 예상했다.

무역마찰 우려도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이 관련 허가권을 가지고 GMO 수출을 적극 지원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 여러 나라의 GMO 표시 라벨링은 물론 한국의 GMO 표시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한·미 FTA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문 정부로서는 완전표시제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어섰고 문 정부는 이에 응답해야한다.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이 공수표가 아니길 기대해본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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