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신경 마비 원인 밝혀졌다…국제 공동 연구 성과

말초신경 마비 원인 밝혀졌다…국제 공동 연구 성과

기사승인 2026-01-13 10:21:13
손병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말초신경 마비를 유발하는 희귀 질환인 ‘신경내 결절종(intraneural ganglion cyst)’의 복잡한 발생 기전이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그간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재발과 영구적 신경 손상 위험이 컸던 난치성 질환의 치료 접근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병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Robert J. Spinner Mayo Clinic 신경외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신경내 결절종의 발생 경로와 확산 양상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신경내 결절종은 관절 내부의 활액이 신경을 지배하는 분지를 따라 역류하면서 신경 줄기 내부에 낭종을 형성하는 질환이다. 말초신경 마비를 유발할 수 있으나, 그동안 정확한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아 수술 이후에도 재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손 교수가 2018년 국제 학술지 ‘Asian Journal of Neurosurgery’에 발표한 희귀 증례 보고였다. 당시 손 교수는 비골신경 마비를 유발한 ‘신경곁조직 아래막(subparaneurial)’ 결절종 사례를 실제 임상에서 확인하고 치료 과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이는 기존에 주로 알려졌던 신경외막(epineurium) 내부 결절종과 달리, 신경을 감싸는 더 깊은 층을 따라 낭종이 확산되는 변이를 임상적으로 입증한 사례였다.

손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신경곁조직 아래막 결절종이 일반적인 결절종보다 신경 섬유에 더 밀착돼 있으며, 신경 줄기를 따라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단순 낭종 제거술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고, 관절과 연결된 신경 분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정교한 수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후 손 교수는 약 8년간 비골신경, 척골신경, 요천추신경총, 궁둥신경 등 다양한 말초신경에서 발생한 신경내 결절종 사례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자료는 2025년 메이요 클리닉과의 공동 연구 과정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됐다.

연구팀은 신경곁조직 아래막 결절종이 단일 신경 경로를 넘어 해부학적으로 분리된 여러 신경 분지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병태생리를 단계적으로 정리한 파트 1·2 논문을 완성했다. 활액이 이동하는 미세한 해부학적 통로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재발 없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향후 임상 현장에서는 신경내 결절종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낭종의 이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수술 중 불필요한 신경 손상을 줄이고, 재발의 원인이 되는 관절 분지를 보다 정확히 제어하는 수술 전략이 확산될 전망이다.

손 교수는 “희귀 증례 보고에서 출발해 국제 공동 연구로 병태생리의 큰 틀을 정립하게 됐다”며 “이번 성과는 신경내 결절종 환자들이 보다 정확한 해부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마비 위험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