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이틀 연속으로 ‘시장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누에바에시하주 제너럴 티니오시의 퍼디낸드 보테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개인 차량을 타고 가던 보테 시장에게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이 다가와 수차례 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정부는 모든 살인사건에 대해 조사할 국가적 책임이 있다"면서 "최근 발생한 이 폭력적인 범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전에는 필리핀 북부 바탕가스주 타나우안시 안토니오 할릴리 시장이 총에 맞아 숨졌다. 할릴리 시장은 이날 시청 앞에서 직원들과 국기게양식에 참석하던 중 총격을 받았다.
현재 경찰은 두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필리핀 야당의 안토니오 틀리란네스 상원의원은 잇따른 시장의 살해 사건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만든 ‘폭력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사고방식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필리핀이 ‘아시아의 살인 도시’가 됐다”고 비판했다.
티나오시 관계자는 “할릴리 시장이 마약 피의자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할릴리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마약 피의자들에게 ‘나는 마약 밀매자다. 나처럼 되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는 ‘치욕의 걷기’를 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두 암살 사건이 마약 범죄와 관련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범죄자를 엄중 처벌해왔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사범의 사살을 허용하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등 인권을 유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