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속 염라(이정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다. ‘특별출연’이라는 명목 하에 장기간 촬영을 감내해야 했지만 이정재가 염라 역을 흔쾌히 맡은 이유에는 염라의 특수성도 한 몫 했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이야기 전체를 다 정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였죠. 그래서 더 재미있었어요.”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염라를 하고 난 소감에 관해 “얼굴이 두꺼워졌다”고 표했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CG로 가득찬 영화에 관한 우려는 분명 있었어요. ‘그래픽이 어색하면 어쩌지?’ 혹은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과 영화로 구현된 비주얼이 다르면 어쩌지?’, 나아가 ‘내가 상상해서 한 연기가 영화와 맞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요. 하지만 그보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고, 막상 연기에 임해보니 어렵진 않더라고요. 관객들이 익히 아는 리얼한 캐릭터가 아니라 상상의 산물인 염라대왕을 연기하다 보니 자유도도 높았고요.”
합성을 위한 블루 매트 위에서 특수분장을 하고 혼자 허공을 휘젓는 연기를 해야 했다. 얼마나 표현을 해야 하는가부터 전달 방식까지 모두 고민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배우와도 밸런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니 쉽지 않은 연기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이정재는 스크린에 구현될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 기대감이 좋은 방향으로 뻗은 것 같아요. 1400만 관객이라는 스코어에 매일 아침마다 놀랐죠. 감사하기도 하고요. 관객들이 저를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뭐랄까, 좀 편해졌달까요. 사실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대중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서 뻣뻣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젠 좀 달라요. 앞서 임한 작품들의 성대모사부터, ‘신과 함께’를 접한 관객들이 ‘염라 언니’라는 별명까지 붙여주며 친근히 대해주시니 저도 모든게 편해요.”
배우로 데뷔한지 26년. 이정재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나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했다. 잘생긴 배우, 멋진 배우. 도시와 잘 어울리는 배우. 이정재 본인도 자신에게 투영되는 이미지를 알았던 만큼 ‘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딜레마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대중이 다양한 시각을 열어놓고 자신을 대해줘 좋다고 이정재는 말했다.
“많이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연기나 표정, 캐릭터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간 이정재로서 모든 측면을 아우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것을 하는 데 끊임없이 재미를 느끼고도 싶고요. ‘신과 함께’를 하면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꼈죠. 꼭 배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해보고도 싶어요. 제작, 연출, 아이디어 공유 같은 단계에 참여하면서, 영화인 이정재를 완성해나가는 게 요즘 제 살아가는 재미예요.”
‘신과 함께-인과 연’은 다음달 1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