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가 다루는 소재는 자극적이다. 사람의 욕망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더 나아지고 싶거나, 더 위로 가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가장 본능적이기에 터부시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수애는 “모든 영화가 다 그렇지만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관객들도 계시겠지만 영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언론시사회 후에 계속 다른 분들께 괜찮았냐고 여쭤보고 있어요. 시각적으로도 자극적이고, 또 남녀의 감상들이 나뉘기도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애가 ‘상류사회’의 오수연을 택한 이유는 강렬해서였다. 평범하게 지내왔던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태생적으로 더 좋은 환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박탈당한다. 그리고 수연이 가졌던 욕망은 변질되고 왜곡되기 시작한다. 수애는 “그런 굴레와 족쇄를 스스로 끊는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두렵기는 했어요. 도전해야 할 부분이 많았거든요. 연기적으로 부담스럽기도 했고, 민낯을 보이기도 해야 했어요. 신인 시절에는 좀 연기가 부족해도 다들 잘한다고 해 주셨지만, 지금은 경력이 있는 배우다 보니 기대치도 높아졌잖아요. 전작의 답습이나 학습으로 보여지기는 싫었어요.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다 보니 매번 새로울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정도로는 연기하고 싶었죠.”
수연은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부터 전세이기는 하지만 강남의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외제차를 몰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미술관의 부관장이며 남편은 대학 강단에 선다. 그러나 수연은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것을 위해 쫓아간다.
“사실 저 스스로는 그 정도면 행복할 것 같지만, 수연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애가 이해할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이요. 왜냐하면 배우 수애의 가장 큰 욕망은 연기로 인정받는 것 뿐이거든요. 하지만 수연은 끊임없이 눈에 안 보이는 더 높은 곳, 더 많은 돈, 더 큰 인맥을 가지고 싶어해요. 보이지 않는 욕망이 가장 무섭죠.”
피상적인 욕망을 그리는 만큼, ‘상류사회’라는 영화에는 배우들을 불필요하게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수애 또한 베드신을 소화해냈고, 그녀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여배우를 자극적으로만 보는 시선은 비단 ‘상류사회’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는 욕망을 투영하는 직업이며, 그녀 또한 그런 욕망이나 시선에 대해 다분히 의식하고 있다.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 때문에 신인 때부터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많은 상처를 받아왔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인터뷰가 자극적으로 왜곡돼서 세상에 전해지거나 하는 부분이요. 베드신도 같은 맥락이죠. 그렇지만 처음 제가 그런 상처를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가 배우로서 배척할 수는 없는 부분이겠구나’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는 미리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해요. 상처를 줄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요. 물론 그 과정을 밟아도 시행착오는 있죠. 하지만 그것도 배우의 숙명이 아닐까 싶어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