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몬스타엑스는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전 세계 18개 도시를 다니며 공연을 열었다. 수만 명의 환호를 받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외로움에 익숙해져야 했다. 주헌은 공연이 끝나고 호텔에 돌아와 컵라면에 물을 부으며 공허해했다. 기현은 잠들기 전까지 이어지는 이명에 극심한 허전함을 느꼈다.
고독과의 사투는 두 번째 정규음반 ‘아 유 데어?’(ARE YOU THERE?)를 만드는 거름이 됐다. 몬스타엑스는 이 음반에서 내면의 아픔과 외로움을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했다. 타이틀곡 ‘슛 아웃’(Shoot Out)은 사랑하는 상대를 잃은 뒤의 절망과 혼란을 표현한다. 상실과 방황 사이에서 구원을 찾아 헤맨다는 이번 음반의 세계관을 대표하는 노래다.
“음반이 시리즈 형태로 나올 예정이에요. 이번 음반이 그 첫 번째 시리즈고요. ‘아 유 데어?’에 대한 답은 다음 음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콘셉트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음반을 만들고 있거든요.”(기현)
“음반 제목에 등장하는 ‘너’(You)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요. 나의 외로움을 보듬어줄 누군가일 수도, 혹은 나 자신일 수도 있죠. 상대를 특정하기보다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했습니다.”(원호)
“(‘아 유 데어?’가) 팬들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어요.”(셔누)
몬스타엑스는 이번 음반에서 성경 속 7대 죄악(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색욕)을 캐릭터화했다. 민혁은 “음반 사진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각자 어떤 죄악을 콘셉트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헌은 “처음 (콘셉트를) 전달 받았을 땐, ‘내가 왜 이 캐릭터지?’라고 생각했는데, 음반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해가 됐다”라고 했다.
음반 곳곳에 멤버들의 손이 닿았다. 주헌과 아이엠은 모든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수록곡 ‘어디서 뭐해’는 아이엠이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에까지 손을 뻗쳐 만들었다. 팀의 메인 보컬인 기현은 거의 노래의 코러스를 직접 녹음했다. 수록곡 ‘하트 어택’(Heart Attack)에선 기현이 쌓은 코러스가 10트랙이 넘는다. 기현은 “일주일 동안 하루에 11시간씩 녹음했다”며 뿌듯해 했다.
몬스타엑스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벌써 두 번의 월드투어를 마쳤고, FOX5 ‘굿데이 뉴욕’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 인기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요즘엔 길거리에서 멤버들을 알아보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단다. 다음달 30일(현지시간)부터는 미국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라디오가 주최하는 징글볼 투어에 참여한다. 션 멘더스(Shawn Mendes), 카디 비(Cardi B), 체인스모커스(Chainsmokers)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미국 5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예고 영상에서 우리 이름이 소개되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엄청난 월드 스타들과 함께 말이죠!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무대를 꾸며야 할지 지금도 열심히 구상하고 있습니다.”(기현)
“가장 트렌디하고 인기 있는 분들과 함께 공연하게 된 거잖아요. 그 분들 모두와 컬래버레이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공연에서 마주치면 (함께 작업해보자고) 여쭤보고 싶어요. 물론 악수도 하고 인증 사진도 함께 찍고 싶고요.”(주헌)
아이엠은 징글볼 투어를 함께하는 체인스모커스와 특히 친하다고 했다. 민혁은 “아이엠이 체인스모커스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형님들이 소주를 좋아하신단다”며 웃었다. 셔누는 영국 밴드 프렙(PREP)과 함께 오는 26일 디지털 싱글 ‘돈트 룩 백’(Don't Look Back) 발표를 앞두고 있다. 민혁은 “누구인지 밝힐 순 없지만, 유명한 외국 가수와 함께 우리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찍어뒀다”며 “영상이 공개되면 꽤 화제가 될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몬스타엑스는 공연을 통해 성장했다. 민혁은 “공연을 하면 할수록, 내가 가장 멋질 때가 언젠지 알게 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몬스타엑스는 관객들로 인해 완성된다. 공연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은 크지만 “공연이 가수 생활의 전부”(원호)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희가 다니는 곳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연습실, 집, 방송국, 그러다가 비행기를 타고 공연을 하러 다니는 것 정도가 전부죠. 하지만 팬들에게서 받는 영감이 굉장히 큽니다. 팬들이 주는 에너지, 함성, 심지어 말 한 마디조차도 가슴에 와 닿아요.” (주헌)
음악과 무대에 대한 자신감에 멤버들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주헌은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다가, ‘이건 너무 멋있는데?’라는 생각이 든 적 있다”며 웃었다. 데뷔 초부터 보여줬던 야성적인 매력에 멤버들 간의 에너지가 어우러져 지금의 몬스타엑스를 만들었다.
“우리가 언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느냐고요? 저는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고 있거든요.” (원호)
“감히 말씀드리자면, ‘슛 아웃’의 무대 도입부만 보셔도 ‘몬스타엑스가 가장 멋진 시기는 지금이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월드 투어처럼, 그동안 말로만 가능했던 실제로 해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꿈꿔온 일들을) 실현해나갈 겁니다.” (기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