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은 인천 을왕리로 가는 버스에 홀로 몸을 실었다. 친구들은 ‘혼자서 웬 여행이냐’며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가방엔 카메라도 챙겨 넣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예보되지 않았던 비가 내렸다. 우산이 거추장스럽다 느낀 소년은 우비를 입고 을왕리를 쏘다녔다. 비 내리는 바다는 운치 있었다. 그때부터 소년은 혼자 다니는 여행을 즐기게 됐다. 지난달 27일 첫 솔로곡 ‘문제아’를 낸 그룹 골든차일드 멤버 주찬의 얘기다.
주찬은 지난해 12월 일본에 갔다. ‘문제아’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서였다. 뮤직비디오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루려고 혼자 여행을 떠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는 ‘아무 기차나 타보기’ ‘추운 바다에서 따뜻한 캔커피 마시기’ ‘모르는 사람에게 길 물어보기’ 등을 하나씩 해낸다. 주찬은 뮤직비디오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이 리스트를 썼다.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울림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주찬은 “힐링 되는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문제아’는 주찬보다도 나이가 많은 노래다.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남성 듀오 더 클래식이 지난 1994년 발표한 노래를 홍주찬이 리메이크했다. 홍주찬은 ‘문제아’의 가사를 보자마자 ‘내 얘기’라고 느꼈다.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유한 소속사 대표에게도 “가사가 무척 공감된다”고 말했다. 녹음을 할 땐 자신의 상황을 녹이려고 애썼다. “당시 노래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느끼면서 부르니 표현이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이 곡을 불렀던 멤버 박용준이 홍주찬의 보컬 지도와 노래 믹싱을 맡았다. 그는 홍주찬에게 ‘나는 다 좋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봐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발라드를 할 땐 가사만 생각하며 불러요. 골든차일드 음반을 녹음할 땐 귀에 꽂히는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 반면, 이번엔 (목소리가) 귀에 맴돌게 만들고 싶었어요. 포근한 느낌도 주고 싶었고요. 제 목소리가 까슬까슬하면서도 부드럽다고 느끼는데, 그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면서, 홍주찬은 일찍부터 옛날 노래를 즐겨 들었다. 그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고 했다. 1990년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의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요즘엔 직접 가사를 쓰며 감성을 표현하는 법을 연습 중이다. ‘가로등’ ‘골목길’ ‘달’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다.
골든차일드 멤버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일도 많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친 뒤 다리를 다쳐 지난해 연말부터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그는 운동과 일본어 공부, 피아노 연습으로 하루를 보낸다.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부상을 회복한 상태다. 홍주찬은 “멤버들이 격려해준 덕분에 자책을 금방 떨칠 수 있었다”며 “멤버들과 함께 골든차일드라는 팀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열린 ‘케이콘’(KCON) 무대에 서보니, 신세계가 열린 것 같더라고요. 관객들의 함성이 희열을 줬고 ‘더 마음대로 무대를 꾸며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동안엔 우리가 준비한 것의 절반도 못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적보단 ‘우리의 매력을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크고요. 아쉬움은 항상 남고 고민도 매번 늘지만, 그러면서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