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YG 전자'는 아직도 방송 중

승리의 'YG 전자'는 아직도 방송 중

승리의 'YG 전자'는 아직도 방송 중

기사승인 2019-03-25 07:00:00


“오직 YG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거침 없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아냈다”

지난해 10월 5일 넷플릭스 시트콤 ‘YG전자’ 공개 직후 YG엔터테인먼트에서 보낸 보도 자료의 일부다. 보도 자료를 작성했을 당시  YG엔터테인먼트의 의도는 단순 프로그램의 홍보와 설명을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YG전자’는 시청자들이 외면한 그저 그런 시트콤에서 의미심장한 단서들이 가득한 보물 창고가 됐다. ‘YG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거침 없고 솔직한 이야기’라는 프로그램 설명은 정확했다.

‘YG전자’는 YG엔터테인먼트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선보인 8부작 시트콤이다. Mnet에서 ‘음악의 신’, ‘방송의 적’ 등 페이크 다큐라는 독특한 장르를 탄생시킨 박준수 PD가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 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하루 아침에 기피 1순위 부서인 YG 전략자료본부로 좌천된 승리가 위기의 YG엔터테인먼트를 살려내고 다시 회장님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승리 뿐 아니라 YG 소속 그룹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가수 이하이, 악동뮤지션 이수현, 그리고 선미, 청하, 손나은 등 다양한 가수들이 특별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문제는 ‘YG전자’의 주인공인 가수 승리가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 사태에 휘말리며 시작됐다. 마약 유통, 외국인 투자자 성 접대 등 이젠 사회면을 통해 승리를 둘러싼 의혹과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같이 보도되고 있다. 사건의 파장은 승리가 연예인 은퇴를 선언하고 군 입대도 미루며 조사받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연예인,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받고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는 세무 조사를 받게 됐다. 이젠 사건이 어디로 얼마나 뻗어나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버닝썬 논란과 함께 ‘YG전자’는 네티즌들에 의해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마치 이번 논란을 예고한 것처럼 약물 검사, 몸캠 성 상납, 성추행 등 승리가 의혹을 받게 된 범죄들이 이미 ‘YG전자’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다. 승리가 위너 멤버들에게 "약이나 대마초 하지 말고, 룸싸롱 가지 말고, 스캔들 같은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장면, 외국인 투자자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위해 소속 모델에게 '몸캠'을 강요하는 에피소드 등이 대표적이다. 4회에서는 후배 그룹 아이콘과 가수 청하의 대결이 클럽 버닝썬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제작진이 이 사실을 알고 만든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YG전자는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사들이 ‘승리, 정준영 지우기’에 들어간 것과 다른 태도다.

방송사들은 최근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과거 출연한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다. 지난해 3월 승리가 자신의 클럽 버닝썬을 공개한 MBC ‘나 혼자 산다’ 235, 236회와 지난해 12월 친동생과 출연한 ‘나 혼자 산다’ 274회는 현재 홈페이지, 푹(POOQ) 등 온라인을 통해 다시볼 수 없다. 승리가 빅뱅 멤버들과 함께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506회, 후배 그룹 아이콘과 함께 출연한 JTBC ‘아는 형님’ 113회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SBS ‘가로채널’은 아예 승리가 출연한 1~12회 분량 모두 찾아볼 수 없다. 몰카 촬영·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고정으로 출연한 tvN ‘짠내투어’와 KBS2 ‘1박 2일’은 통째로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사라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넷플릭스, ‘YG전자’ 언제 내리냐”, “‘YG전자’ 보기 싫어서 넷플릭스 해지하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YG전자’ 논란과 서비스 중단에 대해 넷플릭스 측에 문의했으나 “확인 중”이라는 것 외에 뚜렷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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