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거 증인신문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다수의 증인은 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일부는 불출석하며 입을 닫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채택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24일 오후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총 5차례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전날인 23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과 가족사 등을 관리해온 ‘집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요청을 승인했다는 진술을 내놨다. 이는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는 근거가 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 김 전 기획관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추궁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며 증인신문 자체가 어려워졌다.
직접 법정에 나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낸 이들도 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지난 12일 증인으로 출석해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BBK에 거액을 송금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같은 달 4일 법정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앞서 1심 재판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검찰 진술과 당시 그가 작성한 ‘비망록’만 증거로 인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이 전 회장으로부터 19억원과 12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제공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도 증인으로 출석,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뒷받침 하는 진술을 내놨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61억원을 지원했다’는 자수서의 내용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그런 요청을 하니 저희로서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의 증인신문 중 불리한 진술이 나오자 “미친X”이라고 욕설해 제지를 받았다.
검찰 조사 때와 달리 이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한 이들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댁’ 권영미씨와 ‘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다. 이들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며 당시 검찰 조사에서 잘못 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이야기했다. 다만 이 사무국장이 최근 청계재단에 재취업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