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보사 사태 책임은 누구에게

[기자수첩] 인보사 사태 책임은 누구에게

기사승인 2019-04-25 01:02:00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에 사용된 세포주 중 하나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GP2-293)로 확인되며 이제는 누구의 책임인지가 관건이 됐다. 

우선 인보사에 다른 세포주가 사용된 것이 확인된 만큼 허가취소 여부가 중요해졌다. 객관적으로 보면 인보사에 대해 코오론제약이 제출한 서류상 세포와 주입된 세포가 다른 만큼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허가를 취소할 경우 책임소재이다. 우선적인 1차 책임은 제조·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미국 코오롱티슈진)에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중간에 변경된 것이 아니라며 논점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코오롱은 2액은 개발당시부터 293유래세포로 현재 제조된 인보사와 동일하며, 유전자를 확인하는 PCR 시험법에서도 연골유래세포로 확인됐으나 당시에 사용하지 않은 STR 검사에서 신장세포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새로운 시험법으로 검사해서 성분이 다르게 나온 것일 뿐 개발임상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동일한 세포주를 사용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중요하게 지적되는 점은 과연 회사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사법 차이로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이전부터 회사측이 알고 있었고 고의로 숨겼느냐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15년 동안 세포를 잘못 알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하고 있다.

이에 허가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본격 검증에 나설 뜻을 밝혔다. 코오롱이 주장한 PCR 검사를 통해 성분검사를 해보겠다고 밝힌 것이다. 만약 여기서 신장세포가 확인된다면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조작’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여파는 코오롱생명과학뿐 아니라 모기업까지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신장세포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는 것일까. 회사가 연골유래세포를 사용해 치료효과가 높다고 자랑해온 만큼 학계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신장세포를 사용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의료진은 연골유래세포 사용한 치료제와 신장세포를 사용한 치료제의 효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부작용 우려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허가관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년간 추적관찰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은 인보사를 사용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을 야기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피해사례가 보고돼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회 자료에 따르면 인보사가 납품된 병의원은 441개 병원(상급종합병원 22개소, 종합병원 84개소, 병원 234개소, 의원 99개소)에 달하며, 3777개가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법무법인이 진행하는 단체소송에 3700여명이 참여한 상황이고, 1인당 700만원에 달하는 약값에 위자료를 포함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소송금액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접수되면 소송가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송이 진행되면 회사로서도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허가관청인 식약처도 문제다.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해준 만큼 이번 사태의 봉합 및 책임이 업체에 있음을 확실히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번 사태가 조작으로 인한 것인지 직접 PCR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업체에 추가 관련 자료를 요청해 본격적으로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인보사의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 세포은행인 바이오릴라이언스사, 위시사에 대한 현지실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에서는 업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허가 서류를 철저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또 현지실사 등 현장 확인에 대해서는 다른 약제와 형평성 문제와 함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무 허가관청으로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데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체의 조작으로 판명된 경우 그 책임은 다소 면죄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세계 최초, 글로벌 시장보다 먼저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통해 빠른 시장 점유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빨리’라는 인식이 앞서간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의 의약품 신뢰는 크게 떨어지고, 결국에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더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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