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체육관 추가 건립 논란

초등학교 체육관 추가 건립 논란

기사승인 2019-05-04 22:55:37

전주 A 초등학교가 체육관을 추가 건립하려 하자 일부 주민이 반대하고 나섰다. 합리적인 이유로 내 땅에 건물을 올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학교 측과 학생·주민을 위해 더 이상 체육관은 안된다는 주민이 맞서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A 초교는 지난달 29일 교육통신을 통해 ‘체육관 신축여부 학생·학부모 의견조사서’를 보냈다. 운동장 동편에 체육관 하나를 더 짓기 위해 수요자 의견을 묻는 것이다. 이 학교 서편에 체육관이 있다.

이 조사서 안내사항을 보면 바깥 공기의 질(미세먼지)에 구애 받지 않고 모든 학생이 쾌적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실내 체육장, 정규규격의 실내 농구경기장을 구비한 체육관을 짓는다고 돼 있다. 건축 규모는 998㎡다.

학생들 바깥활동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지만, 농구장 규격(길이 28m, 폭은 15m)을 제대로 갖춰 훈련과 정규 시합을 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신축 계획은 그러나 이미 한 차례 무산됐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추경예산에 반영하기 앞서 공유재산심사위원회를 열고 신축안을 검토했다. 심사위는 기존 체육관이 있는 점 등을 감안, 활용방안이 없는지 모색하라며 계획안을 돌려보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여자 농구부가 있어서 전용구장은 필요하다”면서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운동장 면적이 줄어드는 것이니까 다른 방안이 없는지 찾아보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보고 학부모와 학생 의견을 물어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A 초교 B 교장은 “새 체육관을 농구부만 쓰는 게 아니다”면서 “미세먼지가 심해서 운동장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농구부 전용 체육관이란 일반의 오해를 경계했다. 또 설계에는 없지만 향후 새 체육관에 회의실과 시청각실을 넣어 교사들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기존 체육관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천정에 농구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현 체육관을 재건축하거나 허물고 다시 짓는 문제도, 같은 건물에 급식실과 교실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축하려 한 동편 체육관 때문에 운동장이 크게 좁아지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B 교장은 “등나무 쪽과 화단 쪽을 늘려 길이와 넓이를 확장하면 축구장으로 쓰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축구동호인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많은 것을 염두에 둔 말로 해석된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가 구성원 소수 의견만으로 체육관을 신설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의견수렴을 폭넓게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도 시인했다.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C 씨는 “학교는 학생도, 학부모도, 주민도, 축구회원도 모르게, 공론화 없이 운동장을 없애려 한다”면서 “이 학교 운동장은 담장이 없는 ‘열린 학교’여서 마을 공동체 공간인데, 소수의 엘리트 체육을 위한 이같은 행정의 무지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 씨는 “지금도 학생 수가 많아 운동회를 학년별로 나눠서 한다”며 “아이들이 흙을 밟고 사는 지금의 운동장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은 저녁이면 단체 체조를 하고 주중 방과 후에는 초등학생이, 주말이면 중고생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학생 수는 864명이다.

몇 몇 반대론자들은 학교장을 면담하고 전주교육청에 민원을 냈다. 학교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역이 선거구인 한 지방의원도 학부모 의견에 편을 들었다. D 의원은 “주민 의견을 묻는 것을 간과했다”고 문제 삼은 뒤 “엘리트 체육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우리는(정치인들) 주민의견을 반영해 의회에서 역할을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A 학교 체육관 신설을 두고 논란이 인 것은 여자 농구부가 원인이다. 지난해 이맘 때 이 학교는 여자 농구부를 신설했다. 원도심에 위치한 전주풍남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면서 농구부원 확보가 어려워지자 A 초교가 농구부를 육성하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A 초교는 수영부도 육성한다.

그러나 지금의 체육관은 정규 농구장 규격에 못 미쳐 경기감각을 익히기 위해 전주기전중학교 체육관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B 교장은 “여자농구부 육성을 어느 학교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전북도내에 여자 초등 농구부가 있는 곳은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소년체전 출전권이 자동으로 주어진다는 점도 덧붙였다.

찬성 의견을 결집해 재추진 동력을 삼으려는 학교는 찬반 의견을 10일 까지 물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B 교장은 “학부모나 학생 어느 한 쪽이든지 반대가 많으면 신축은 하지 않겠다”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신축을 분명히 했다. 학생과 학부모 총 수에 대한 과반수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든지 반대표가 많으면 추진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학부모 C 씨는 학교가 보내 온 의견 조사서에 반대의견을 전할 생각이다. 학생은 이미 반대의견에 표시했다.

이같은 공방속에 실내체육관 추가 건립 이유를 미세먼지와 엘리트 체육 활성화에 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두 가지를 신축 이유로 설명한 바 있다. A 초교 인근의 주민 F 씨는 “미세먼지가 항상 나쁜 것도 아니고 또 앞으로 공기질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 않느냐”고 묻고 “엘리트 중심 학교체육도 빛바랜 것이다”고 비난했다.

환경부는 실제 고농도 미세먼지는 겨울철부터 봄까지(겨울 방학) 많다는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정부는 최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를 출범시켰다.

소년체전도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공부에 주력하는 학생과 운동에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생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학생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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