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주대학병원 알레르기내과 박 해심 교수
최근 국내 알레르기 질환 발생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 환경 변화와 고령화 추세가 가져온 현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힌다. 꽃가루 수의 절대적 증가, 건조한 날씨 환경, 미세 먼지 증가, 기후변화의 가속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대기 중 꽃가루 수의 증가 현상이다. 계절적으로 4~5월은 수목 화분(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꽃가루)이 집중적으로 흩날리는 시기다.
최근에는 대기 건조 현상(강우량 감소)과 미세먼지의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시작했다. 특히 미세 먼지는 결막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의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같은 피부 알레르기 질환도 발생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즘 많이 관찰되는 기후변화 현상에 의해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 역시 점점 더 짙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코 막힘 콧물 등 비염 증상부터 결막염(눈 충혈, 가려움) 또는 천식(기침, 객담, 호흡곤란, 천명)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고열, 근육통 등과 같이 몸살감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건초열’(hay fever)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한 가지 더 주의할 것은 식물과 관련이 있는 음식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과, 밤, 복숭아, 키위 등의 과일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이들 꽃가루와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여부를 알려면 알레르기 피부검사와 혈청 알레르겐 검사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항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이 무엇인지, 알레르기 중증도 정도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단순 비염과 결막염 증상을 포함해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건초열과 천식 증상까지 보일 때는 약물 치료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익숙해지도록 면역을 길러주는 치료(면역요법)를 곁들여야 한다.
다만, 이 면역 요법은 적어도 3~5년 이상, 꾸준히 계속해야 소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꽃가루가 날리는 짧은 기간(2개월 정도)동안 ‘면역항체’를 사용해 알레르기 증상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알레르기 항원을 피하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환경적 악화 요인, 즉 꽃가루와 미세먼지 등 위험 인자를 피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꽃가루지수가 높은 날은 가급적 외출 및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들은 경구용(입으로 먹는) 약제라도 졸리움 등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다. 더욱이 국소 요법제(코 점막 스프레이, 안약, 기도 점막에 투여하는 다양한 흡입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대부분 안전하게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항원에 노출될 때마다 반복되며, 증상도 악화되기 쉽다. 알레르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가운데 정상적인 삶의 질(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리=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