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감독 정다원)속 양장미(최수영)를 보고 단번에 수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첫 대사부터 욕설로 시작하는 장미는 본업이 네티즌, 부업이 공무원이다. 방탄소년단의 팬을 자처하며 인터넷으로 CCTV해킹을 해내며 영화 속 수사를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장미. 독특하기도 하지만 평소 수영이 가져왔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다. 9일 서울 소격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수영은 장미를 맡게 된 이유에 관해 ‘도전’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사실 영화를 계속 하고 싶어서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 기회가 닿지 않은 데다가 제게 제안이 오는 일도 많지 않았어요. 소녀시대로 활동하면서 다른 아이돌 친구들이 영화로 진출하는 모습을 종종 봤는데, 저도 가끔 ‘내가 영화를 하면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해왔죠. 최수영이라서 할 법한 역할로 시작하고싶다고 생각은 해왔지만 또래의 발랄한 역은 또 제게 잘 안 들어왔어요. 하하. 로맨틱코미디 장르나 정직한 인물, 시한부 캐릭터를 하다 보니 캐릭터적으로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역할에 낙점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장미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첫 대사가 정말 좋았어요.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했죠.”
영화 속 장미는 독특하고 10대 문화와 긴밀하게 접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시공간적으로 제한이 있는 캐릭터다 보니, 상대적으로 말투나 캐릭터성이 독특해졌다. 수영이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바로 그녀의 팬들이다. “팬사인회같은 곳에서 만나면, 저희 팬들은 굉장히 스스럼이 없어요. 저랑 분명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늘 봐오던 사람처럼 대하고 말투도 평범하게 아는 사이 같거든요. 제 팬들에게서 보여지는 발랄한 부분들을 다양하게 참고했던 거 같아요.”컴퓨터 한 대와 칫솔, 양치컵, 방탄소년단 굿즈와 안경, 손톱. 장미를 수식하는 것들은 적지만, 그렇게 캐릭터가 풍부해졌다.
“제게 들어오는 대본 속 캐릭터들은 정말 많은 직종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이 가진 고민에 관해서 제가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해보게 되곤 해요. 그래서 그럴까요. ’384기동대’때도 그렇고 주민센터 같은 공공기관에 서류라도 떼러 가게 되면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연예인이라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수영에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승진과 은퇴, 혹은 좌절은 수영에게는 조금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열심히 준비해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줄만 알았던 역할이 뒤늦게 다른 사람에게 갔을 때 같은 것들이다. 소녀시대로 승승장구해왔을 것만 같은 수영이지만 보이지 않는 속상함은 항상 있다.
“그래도 저희가 하는 업이 다른 직종보다는 오래도록 일할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안주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하죠. 전 요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 친구들이나 나이가 비슷한 세대들은 요즘 ‘노력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만연하잖아요.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뀌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고, 그래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하는 시대요. 그래야 저 자신도 안일함 없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②에 계속)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