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송현정 기자 잘못이 아니라 그를 시킨 KBS 경영진 잘못”

주진형 “송현정 기자 잘못이 아니라 그를 시킨 KBS 경영진 잘못”

기사승인 2019-05-10 18:40:34

“어제 저녁 대통령 대담 방송을 보면서 든 생각. 사람들은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를 많이 비판하는 것 같은데 나는 좀 다른 것이 보였다. 이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그를 시킨 경영진 잘못이다. 장시간에 걸친 생방송 인터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자에게 대통령과 일대일 대담을 맡기는 의사 결정 구조가 나로선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9일 열린 KBS의 문재인 대통령 대담 인터뷰에 대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며 이같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주 전 대표는 “요즘 방송국 사람들은 정신이 멍한 것 같다. 적어도 경영진들은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은 급격히 바뀌는데 자기들은 플랫폼을 독점하던 시대에 아직도 머물러 있으면서 그때나 통하던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보기에도 촌스럽고 무능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생방송 인터뷰는 원래 기자가 전문가가 아니다. 방송사 기자는 주로 그날 뉴스를 1분 30초 안에 핵심만 요약해서 전달하는게 주 업무다. 뉴스 시간에 나가서 길게 얘기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특정 사안에 대해 깊이 들어갈 일도 없다. 그런 것은 대개 프로듀서 몫이다. 한국에선 기자가 원래 전문성이 없는 편이지만 방송 기자는 더욱 그러하다”며 “짧은 분량 뉴스 방송이 아니라 조금 더 긴 인터뷰를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개는 그걸 최대한 간추려서 자기가 요약 전달하고 인터뷰를 했다는 증거로 잠깐 동안만 상대방 목소리를 들려주고 만다. 또 이보다 더 긴 인터뷰 방송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발언이 주요 관심사여서 질문하는 기자의 모습을 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질문 방식이나 태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처리한다. 이는 기자들이 인터뷰 방송을 하는 기술과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는 뜻이 된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그래서 한국에선 방송 기자인데도 방송에 나와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요새 젊은 기자들은 좀 나은 편이지만 중견급 이상 기자 중에선 드물다. 방송국 기자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하는 경우에도 의례적이거나 피상적인 진행을 할 뿐 능동적으로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자기들이 보기에도 그럴 만한 실력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결과, 녹화방송이든 생방송이든 기자 중에서 긴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한 경험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며  “차라리 한국에서 그런 인터뷰 방송 경험이 많은 사람은 아나운서다. 그들은 젊을 때부터 많은 인터뷰 방송을 한다. 대부분은 작가가 준비한 각본에 따라 진행하지만 많이 하다보면 연륜이 쌓이고 그러다보면 각본에만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에 적절한 인터뷰를 끌고 나갈 수 있게 된다. 그걸 제일 잘했던 아나운서가 손석희씨이고 그는 백분토론, 시선집중을 거쳐 지금은 한국인이 제일 신뢰하는 TV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전 대표는 “그러나 한국의 방송국들은 아나운서를 여전히 과거 역할에 묶어 놓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그들은 일종의 꽃이다. 라디오에선 각본을 읽는 목소리 좋은 성우, TV에선 잘생긴 배우 역할 정도로만 쓴다. 나이를 조금만 먹어도 뒷방 신세다. 그런 벽을 뚫고 탈출한 사람이 손석희다. 아나운서에서 진행자로, 진행자에서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방송사 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MBC 시절 기자들의 질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안다”며 “사실 아나운서란 이름은 한국에만 있는 것 같다. 서구 방송에서 아나운서란 직책은 거의 사라졌고 공중파 방송에선 들어 본 적이 없다. 거기선 브로드 캐스터, 또는 프리젠터란 말을 쓴다. 브로드 캐스터 중에는 기자 출신도 있고, 정치 참모 출신도 있고, 연예인 출신도 있다. 인터뷰 프로그램을 기자가 맡아도 그는 이미 프리젠터가 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인터뷰 방송을 거쳤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아나운서란 직무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KBS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자원과 인력을 보유한 방송사다. 그러나 그들은 손석희 만한 사람 하나를 길러내 본 적이 없다. 반성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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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