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영장으로 압수한 증거물이라도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모(5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영장으로 압수된 증거물이 증거능력을 갖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영장에 절차상 결함은 있지만 위와 같은 결함은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보장 등 법익 침해 방지와 관련성이 적다”며 압수된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러한 경우까지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높은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변속기 검사장비 제작업체의 기술영업이사인 강씨는 2013년 7월 회사 영업기밀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 측은 이후 재판 과정에서 2015년 3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할 당시 제시한 영장에 판사의 서명만 있고 날인은 없는 절차적 결함이 있다며 경찰이 확보한 노트북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압수수색영장이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발부됐기 때문에 유효한 영장이고, 이 영장에 따라 압수한 증거물도 증거능력을 갖는다”며 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영장이 유효라고 볼 수는 없지만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