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을 처음으로 공개 반박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A4용지 26장 분량 게시물을 올리고 "나라면 아마 최초 제1심과 제2심 판결(원고 패소)처럼 판단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원고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 법인격의 소멸, 기판력(확정판결에 부여되는 구속력)의 승인이라는 엄청난 장애를 넘어야 했다"며 "이러한 장애를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서양속(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 위반 금지 등과 같은 보충적인 원칙들로 쉽게 넘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법원판결은 원고들 청구가 넘어야 할 주요 장애 요소에 대해 신의성실, 권리남용, 반사회질서 등의 법리를 통해 제거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법리의 남용은 그 하나의 사건에서는 법관이 원하는 대로 판결을 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른 민법의 일반조항들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민법의 법 조항과 법리들을 이러한 보충적인 법리로 허물어버리면 앞으로 많은 소송당사자가 법원을 찾아와 자신들에게도 이러한 법 적용을 받는 특혜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우리나라가 일본과 청구권에 관해 협정하는 과정에서 요구한 '8개 항목'에 대해서도 "8개 항목에 피징용 한국인의 청구권이라는 표현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반영한 것이 청구권협정"이라며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를 추구한다면 이미 개인의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된 것"이라는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판결을 읽어보면 들인 노고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징용자들에 대한 연민 및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판결에 반영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충정도 읽힌다"면서도 "건국하는 심정이 들 정도의 논리 전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