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평화의 소녀상’전시를 돌연 중단한 것에 대해 일본 작가들 사이에서 “문화·예술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행사 주최 측은 지난 4일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마련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 가벽을 세워 관람객들의 출입을 막았다. 해당 기획전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상태였다.
주최즉은 전시 중단 이유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두고 일본 내 우익 진영의 테러 예고와 협박성 항의가 잇따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전시를 중단토록 압박한 것도 배경이 됐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기획전에 참가한 조형 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75) 씨는 5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나카가키 씨는 이번 전시회에 ‘헌법 9조 지키기’와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어리석음’ 등을 표현한 작품을 출품했다. 이들 작품은 지난 2014년 정치적 논란이 되면서 도쿄도미술관에서 철거됐다가 이번 기획전에 선보였다.
나카가키 작가는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기획전이 중단된 것에 대해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있는 것”이라며 “경비를 강화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전시 중단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전시 중단으로) 협박이나 폭력을 긍정하는 일이 돼 버렸다. 소란을 피우면 전시회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말았다”며 “행사 주최 측이 이렇게 쉽게 꺾인 사례는 내가 알고 있는 한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카가키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순수예술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는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평가하고 반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일본에서) 그런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일본의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이유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번 전시행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시 중단을 압박했다고 알려졌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