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울장학숙, 군산서 '흥겨운 농활'

전북 서울장학숙, 군산서 '흥겨운 농활'

기사승인 2019-08-12 00:18:52
"야, 너는 왜 그렇게 빨리 나가".
"생각해봐. 영어 단어장 한 번 보고, 두 번째 보는 게 낫지 않아? 그런식이야. 다시 돌아 온다고."
"그렇게 영어 공부를 했으면 토익 점수 공개해라."
"혹시 점수가 신발 사이즈 아냐?"
"지금은 못 밝혀. 이 다음에 밝힐 게. 나는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학생들은 말이 끝날 때 마다 웃음보를 터트린다.

대화 내용만으로 현장을 짐작하기 어렵다.
고추밭 수확현장 풍경이다.
유난히 앞서가는 학생이 동료 학생들로 부터 핀잔을 듣자 예의 영어 공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냉장고 바지에 토시. 단체복 차림의 대학생들이 고추밭 작업에 한창이지만, 구슬땀 대신 깨알같은 웃음이 묻어 난다.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원장 남정심)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군산시 임피면과 서수면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장학숙 입사생(대학생) 가운데 45명과 직원 등 총 50여명이 출동한 봉사단은 임피제일교회를 베이스캠프 삼아 사흘간 비지땀을 흘렸다.

전북 일부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위로 인해 농작물까지 지친 '복중염천'에 봉사단은 고추따기와 콩순 집기, 옥수수 따기, 참깨 수확하기, 영정 사진 촬영하기 등 다양한 형태의 농촌일손돕기를 했다. 앞서 봉사단은 첫 날 대성중학교 학생들과 진로탐색 활동 등을 했다.

학생들은 뙤약볕 아래지만 기쁜 마음으로 나섰다. 시작한 지 십여 분만에 비료포대에 고추를 가득 채운 박경남(익산출신·서울교대 초등교육 1) 학생은 "농촌봉사활동은 두 차례 경험이 있지만 장학숙 봉사활동은 1학년이라 처음이다"면서 "농사 경험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일행 가운데 가장 꼼꼼하게 고추수확을 하고 있던 김다빈(전주 출신·한국예술종합학교 실기과 2) 학생은 "할머니를 돕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주 최병은(61.군산시 서수면 화등리)씨는 "고온다습해서 고추가 많이 죽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경험이 없는 우리 학생들이 일손을 덜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서울 장학숙은 지난 2010년부터 줄곧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애향심을 북돋우고 봉사활동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장정에 주변에서는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재경전북도민회(회장 김홍국)는 삼계탕용 닭 150마리를 보냈고 장학숙 선배들(총동기회)과 재경군산시향우회(회장 박성현), 전주장학숙이 역시 '물량공세'를 했다.

장기철 도민회 상임부회장은 특별히 학생들에게 전북의 50년 역사를 설명한 뒤 향토사랑을 일깨웠다.

남정심 원장은 "올해 봉사활동은 주민측에서 일감을 요청하고 학생들도 열심히 해서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단체로 이뤄지는 봉사활동을 내년부터는 개인활동으로 까지 폭을 넓혀 현장에서 다양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군산=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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