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낯선 얼굴, 낯선 이름의 배우를 발견할 수 있다. 모델 출신의 부잣집 아들 선오 역을 맡은 배우 송강이다. 데뷔 3년 차에 주연 자리를 꿰찬 송강은 900:1의 경쟁률을 뚫고 ‘좋아하면 울리는’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데뷔작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의 기타리스트 백진우로, SBS ‘인기가요’ MC로, SBS 예능 ‘미추리 8-1000’의 막내로 활동하며 쌓은 이력에 새롭고 의미 있는 경력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은 첫 인터뷰라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색함을 이겨내며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했다. 너무 솔직한 답변에 웃음이 반복해서 터질 정도였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연기에 대해서도 먼저 아쉽다는 얘길 꺼냈다. 공개되자마자 밤새 정주행해서 봤다는 송강은 자신의 초반부 어색함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제 연기적인 면에선 아쉬운 점이 많아요. 이때 이렇게 연기했으면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엔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제가 대사를 할 때 표정이 딱딱했어요. 벽을 하나 두고 연기하는 것처럼 상대방과 소통도 잘 안 됐고요. 계속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가 말하는 걸 받아보는 식으로 소통을 하게 됐고, 차츰 나아진 것 같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셔서 그래도 멋있게 나온 것 같아요. 웹툰 팬들이 생각했던 선오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컸지만, 선오 같이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기도 했어요.”
송강은 자신이 이렇게 빨리 주연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선배 배우들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오디션에서 합격했을 때도 기쁨보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오디션은 지난해 7월 말에 봤어요. 이후 3개월 동안 드라마를 준비해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선오 역할로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 대본을 받았는데 비슷한 장르의 다른 드라마 대본들을 주셨죠. 최종오디션에서 선오의 엔딩 장면을 읽어보라고 하셔서 처음 알게 됐어요. 감독님이 제가 어떤 때는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또 해맑거나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선오 역할로 출연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정말 좋지만 무서웠어요. 조연에서 주연으로 가는 첫 단계인데 잘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민폐가 되면 어떡하지 싶었죠. 무게감이 커서 촬영 전에 살이 많이 빠지기도 했어요.”
송강은 스무 살 때 본 영화 ‘타이타닉’(감독 제임스 카메론)으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눈빛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연기 전공으로 대학을 가고 배우 기획사 문을 두드렸다. 예쁘게 생긴 외모 덕분에 배우보다는 아이돌을 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하지만 꿋꿋이 배우의 길을 택했다. ‘철이 없었다’며 학교와 소속사에 의지하려고 한 시간들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모든 건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얻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앞으로 할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요즘은 연기 고민밖에 없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어떤 감정일까,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걱정을 해요. 그래도 전 이런 걱정들이 너무 행복해요.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는 언제 드라마에 출연할까, 언제 TV에 나올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면, 지금은 연기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너무 행복해요.”
송강은 무슨 일이든 시작 전에 겁을 먹는다고 했다. 큰 스트레스를 받고 도망가고 싶어 한다. 첫 드라마 촬영을 할 때도, SBS ‘인기가요’ MC를 맡았을 때도, SBS 예능 ‘미추리’에 캐스팅됐을 때도 설렘보다는 걱정이 훨씬 컸다. 막상 닥치면 다 하면서도 시작하기 전까지 걱정하는 것이 그의 성격이다. 연기와 배우에 대해서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스타가 되고 싶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배우가 되고 싶단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스타가 되고 싶었어요. 화려하다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요즘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오래 연기할 수 있고 연기할 때 더 행복할 것 같거든요. ‘좋아하면 울리는’을 찍으면서 멋있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송강이 나오니까 드라마가 재밌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고 싶어졌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