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한 드라마다. ‘쌈, 마이웨이’를 집필한 임상춘 작가의 작품답다. 지난 18일 출발한 KBS2 새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첫 회부터 색다른 내용과 전개로 눈길을 끌었다. 나오는 인물 모두가 평범한데 범상치 않고 이상한데 묘하게 이해가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공효진이 3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제인 공효진은 드라마 흥행 타율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번에 연기하는 동백은 그간 공효진이 선보인 역할을 집대성한듯한 인물로 알려졌다. 장점과 매력을 아낌없이 펼칠 수 있는 장이 펼쳐진 셈이다.
멜로 넷, 휴먼 넷, 스릴러 둘을 배치했다는 차영훈 PD의 말대로 첫 회부터 다양한 장르를 맛볼 수 있었다. 살인사건을 암시하는 첫 장면은 스릴러 영화 분위기였으나, 이내 돌변했다. 사람이 나지도 들지도 않은 어촌 옹산에 외지인인 동백이 술집 까멜리아를 열고 자리 잡는 시간과, 고등학생 때부터 보온도시락으로 은행강도를 때려잡던 황용식(강하늘)이 결국 순경이 되는 과정 등이 소소한 웃음과 함께 펼쳐졌다.
서점에서 동백을 보고 첫눈에 반한 황용식은 까멜리아에서 재회한 동백에게 다시 한번 반한다. 남들은 좀처럼 알아보지 못한 그의 ‘멋진’ 강단을 엿본 덕분이다. 땅콩값 8000원과 함께 시작된 로맨스는 황용식의 다음 대사 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렵게 펼쳐질 전망이다.
군 제대 후 첫 작품으로 ‘동백꽃 필 무렵’을 선택한 강하늘은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황용식을 표현했다. 단순하면서도 의기가 있는 황용식은 강하늘의 연기를 통해 화면에 살아났다. 공효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분량에도 특유의 연기를 선보이며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이 밖에도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 있다. 드라마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고개를 돌리면 근처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황용식의 어머니 곽덕순 역을 맡은 배우 고두심과 악덕 건물주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가 인상적이다.
색과 결이 분명한 드라마인 만큼, 고정적인 마니아층은 확실히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효진의 장기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고 강하늘이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보다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을 가능성도 있다.
■ 볼까
임상춘 작가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번에도 채널 고정. 공효진의 드라마 캐릭터와 연기를 좋아한다면 역시 채널 고정. 오랜만에 물 만난 강하늘이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도 추천한다.
■ 말까
장난기 넘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장면이 이어지는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