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파생결합증권),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대규모 손실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미숙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파생상품의 리스크는 키코 사태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경험했음에도 꾸준히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 해외 금리 연계 DLS의 문제점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당시 과거 키코 사태에 대해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이익을 소비자보호에 우선해 처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한 바 있다.
3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DLS를 비롯한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나왔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2년 이후 활발히 제공되어 오던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소비자경보가 2018년 8월 이후 특별한 사유 없이 중단된 채 1년 넘게 방치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경보는 2012년 6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제공된 이래로 2018년 8월말까지 6년간 총64건, 연평균 10여건이 제공돼 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2018년 3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관련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 주의 단계만 발령했을 분 1년 넘게 소비자경보 기능을 발동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를 민원이 최초 제기된 올해 4월10일 인지한 바 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상품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걸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고령 투자자 보호 부문에서 우리은행은 100점 만점에 56.5점을, 하나은행은 25.5점의 평가를 받았다.
투자 위험성이 높은 파생결합증권 권유 시 관리 직원의 사전 확인 등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를 아예 취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서면으로 조치를 보고 받고 현장 재확인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욱 의원은 “금융당국이 암행평가를 통해 인지한 사실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현장점검과 대책을 마련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대응은 키코(KIKO) 사태에서도 논란이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 732곳이 3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위험 파생상품인 키코의 ‘거래 위험성’을 판매과정에서 고지했는지 등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쟁점들을 다뤄지지 않은 채 심의가 진행돼 은행직원 대부분이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7년 혁신위원장을 맡을 당시 키코 권고안을 직접 작성하면서 “키코 사태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이익을 소비자보호에 우선해 처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 사태로 관련 파생상품이 손실이 커지자 뒤늦게 퇴임한 우리은행장을 징계했을 뿐 관리 감독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사모펀드 등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도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고위험상품을 무차별적으로 판매 허용하게 하고 리스크(위험고지)를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와 관련 책임으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불완전 판매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리테일 쪽으로 판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고 본다”며 “만약 판매를 허용했다면 보다 세심하게 관리를 했었어야 했다. 이 점에서 금융감독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사모펀드와 관련해 미스터리쇼핑(암행평가도 하지 말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자체 개선을 요구하는 권고를 해 온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최종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부분, 감독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살피는 부분도 있고 최종적인 언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