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59) 왕자가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문과 관련해 알리바이를 내놓으며 전면 부인했다.
앤드루 왕자는 16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지난 8월 사망)의 알선으로 미국 여성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엡스타인의 안마사였던 주프레는 자신이 17∼18세이던 2001∼2002년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앤드루 왕자와 런던과 뉴욕, 카리브해의 섬에서 총 세 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채널4 방송은 지난달 방송에서 앤드루 왕자가 주프레와 성관계를 가진 날이 2001년 3월 10일이라고 보도했다.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는 주프레의 비행기 탑승기록을 토대로 그녀가 2001년 3월 9일 런던에 도착해서 이틀 후에 떠났다고 전했다. 주프레는 이때 센트럴 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엡스타인의 강요에 의해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해 왔다.
앤드루 왕자는 그러나 자신이 성관계를 가졌었다고 주장되고 있는 2001년 3월 10일에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집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왕자는 “3월 10일 나는 애들과 함께 집에 있었다. 베아트리스(공주)를 워킹에 있는 (레스토랑 체인인) '피자 익스프레스'의 파티에 데리고 갔다. 오후 4∼5시쯤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아내가 외출했었는데, 우리 가족은 한 사람이 외출하면 다른 사람이 집에 있는다는 규칙을 갖고 있었다”며 또 “자신이 중심가에 있는 레스토랑 체인에 가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기 때문에 기이하지만 뚜렷하게 그날을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센트럴 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당시 17세이던 주프레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내가 런던에서 찍힌 사진이라고 믿지 않는다. 나는 런던에 나갈 때는 언제나 수트에 타이를 맨다. (공개된) 사진에서의 내 복장은 여행할 때, 내가 해외로 갈 때 주로 하는 옷차림”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이 조작됐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아무도 사진이 조작됐는지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주프레는 런던에 머물던 당시 앤드루 왕자와 나이트클럽을 갔으며, 앤드루 왕자가 춤으로 인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고 주장하기로 했는데, 이에 앤드루 왕자는 자신이 포클랜드 전쟁 당시 총상으로 인해 아드레날린 과다복용 문제를 겪어 땀을 흘리지 않는 특이 질병을 앓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신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는 주프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자신이 최근에서야 다시 땀을 흘리는 체질이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인한 스캔들은 자신의 가족에 있어 계속되는 상처가 되고 있으며, 매일 이를 자책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엡스타인으로부터 무역과 사업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와의 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갑부로,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뒤 지난 8월 뉴욕의 수감시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