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대기가 건조할 뿐만 아니라 난방 사용으로 실내 습도가 낮아 콧속도 건조해지고 비염증상도 심해지기 쉽다. 또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도 쉬운데, 이럴 때면 감기와 함께 코 건강을 위협하는 부비동염(축농증)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비동염은 부비동이라는 코 주위 머리뼈 속 빈 공간에 생기는 염증을 말한다. 부비동은 코 주위를 비롯해 광대, 이마를 아우르는 부분이 좁은 통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기 이동과 갖가지 분비물의 배출이 이루어지는 신체 부위이다. 부비동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막혀 공기 이동 및 분비물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화농성 분비물이 고여서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부비동염이라 한다.
부비동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 부비동염은 대게 감기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비염이나 인두염 등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며, 이외에도 알레르기, 치아감염, 비강 내 종양으로 인한 부비동의 폐쇄, 외상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비중격만곡증과 같은 구조의 이상도 급성 부비동염의 한 원인이다.
급성 부비동염이 적절히 치유되지 않거나 급성염증이 반복되면 만성 부비동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부비동 분비물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세균감염 및 염증이 발생해 점막이 붓게 되고, 이것이 부비동을 폐쇄시켜 분비물의 배설을 막아 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만성 부비동염으로 정의한다.
급성 부비동염의 주된 증상은 코막힘, 누런 콧물,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증상 등이며, 심하면 부비동 및 안면부위의 통증, 두통과 함께 미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부비동염이 더 진행하면 후각 감퇴, 두통 및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하게 되고 중이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기기도 한다. 기관지 천식이 있는 경우 이러한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콧물이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감기 등의 원인으로 일시적으로 발생한 가벼운 부비동염은 감기가 나으면 자연스럽게 호전될 수 있지만,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동반된 경우에는 재발이 잦을 수 있고 장기간의 항생제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부비동염은 방치하면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비강과 부비동이 눈과 뇌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부비동염으로 인해 눈 주위에 봉와직염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항생제가 흔히 사용되는 요즘에는 드물지만 뇌막염, 뇌농양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박일호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감기가 쉽게 낫지 않고 누런 콧물, 후비루 및 그로 인한 기침 등의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급성 부비동염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특히 아직까지도 소아의 경우 안구 합병증 등이 드물지만 발생하고 있어 보호자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비동염은 부비동의 환기를 원활하게 하고 축적된 농의 배출을 촉진하면 호전된다. 급성 부비동염은 항생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면 콧물 색이 옅어지고 점도가 묽어지며 차츰 양이 줄고 콧속 공기 순환이 원활해진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부비동염이 발생하는 경우, 알레르기 등이 원인인 경우, 아데노이드 비대증 등에 의해 부비동염이 악화되는 소아 등에서는 부비동염이 만성화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 등 부비동염을 악화시키는 조건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만성화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이들 증상을 함께 개선해야 부비동염 치료가 가능하다.
만성부비동염은 우선 약물치료가 기본이며, 생리식염수 또는 우리 몸의 체액과 농도가 동일한 등장액을 이용한 비강세척은 일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소금물이라도 고농도 또는 불순한 성분이 포함된 경우는 오히려 통증을 유발하거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부비동염의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수술로 염증이 있는 부비동을 개방해 환기와 배출을 원활하게 하고, 만약 구조적 원인이 있다면 교정하게 된다.
부비동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알레르기비염 등의 만성상기도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감기의 합병증으로 부비동염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감기 예방을 위해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에 더욱 힘쓰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행하고 적절한 온도 및 습도를 유지해 기도 점막이 감염원에 취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일단 감기에 걸리는 경우 몇 일 지나면 낫는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부비동염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박일호 교수는 “과거에는 만성 부비동염의 발생이 감염에 의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알레르기를 포함한 체내 이상면역으로 인한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난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경우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재발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의료기관의 방문도 중요하겠지만 감기와 같이 부비동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