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오정세 “노규태는 저와 안 맞는 친구”

[쿠키인터뷰] 오정세 “노규태는 저와 안 맞는 친구”

오정세 “노규태는 저와 안 맞는 친구”

기사승인 2019-11-27 07:01:00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오정세)는 문제적 인물이다. 옹산의 군수가 되는 것을 꿈꾸며 지역 유지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거들먹거리며 옹산 골목을 누비는 규태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존경이 아닌 웃음이다.

옹산의 대권을 노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노규태를 유심히 살펴보면 유난히 큰 그의 목소리 외에도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흰색 바지 안 색색의 속옷, 벨트와 함께한 멜빵, 촌스럽게 치켜 올려 입은 배바지, 셔츠 단추 구멍에 일어난 보풀, 혹은 그의 방 한쪽에 자리한 외로움에 관한 책들…. 물론 이런 것들은 눈을 아주 크게 떠야만 보인다. 심지어 아무리 크게 뜨더라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26일 서울 봉은사로 프레인TPC 사옥에서 만난 배우 오정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설정들이 노규태를 만들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을 모아 요란하고 유난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촘촘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섬세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 오정세 덕분에 시청자는 노규태를 한 번 더 돌아봤고 밉지 않게 기억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에 관해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오정세는 작품 속 규태보다 동백(공효진)에 가까워 보였다.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우면서도 사려 깊은 대답이 돋보였다. ‘동백꽃 필 무렵’과 규태 캐릭터로 자신에게 쏠린 관심에 “감사하다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국민 남동생’ 같은 별명에 관해선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웃었다. 노규태와 오정세는 정반대의 인물 같다는 말에 그는 “노규태는 나와 정말 안 맞는 친구”라며 수긍했다. 

“규태는 나서기를 좋아하지만, 저는 나서는 걸 정말 싫어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저의 생일파티예요.(웃음) 저를 중앙에 놓고 모두가 저를 보면서 ‘축하한다’고 말하면 너무 힘들어요. 칭찬이나 상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감사한 일인데, 한편으론 어쩔 줄 모르겠어요. 그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오정세가 자신과 전혀 다른 노규태를 연기하며 목표로 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인물을 대본에 쓰인 그대로 그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 문제적 인물을 불편하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목표에 관해 오정세가 찾은 답은 외로움이다. 규태의 방에 외로움에 관한 책들을 두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노규태는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규태가 동백이나 향미(손담비)에게 자꾸 가는 건 그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외롭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죠. 규태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외롭고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기 때문에, 노규태를 불편하지 않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봐요. 물론 이 외로움이 규태가 하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죠.”

소소한 선의가 모여서 만드는 기적을 ‘동백꽃 필 무렵’ 현장에서 몸소 느꼈다는 오정세는 “스태프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작품에 참여한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자신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화면엔 나오지 않는 소품을 기꺼이 제작했던 스태프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규태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잡았던 제작진의 힘이 컸다는 것이다.

“매회 울고 웃으며 20부까지 함께 달려왔어요. 마지막 회에선 감독님과 작가님이 처음에 표현하고자 하셨던 대로 행복한 동백이를 그려주셔서 좋았죠. 까불이(이규성)가 ‘내가 끝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 용식(강하늘)이가 ‘작은 선의가 모여 기적을 만든다’고 말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행동 덕분에 이 말이 와닿았어요.”

2019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빛나는 성과를 남긴 오정세는 다음달 방영하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다시 한번 시청자를 만난다. 그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오롯이 집중해 연기하겠다는 조용하고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인기는 한껏 치고 올라가다가 금세 사라질 수 있어요. 내가 못해서 그렇게 된다기보다 배우의 인생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외부 환경에 너무 치우치면 힘들지 않을까요. 영화나 드라마로 주목받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데, 여기에 많이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프레인TPC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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