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공적자금 회수 딜레마, 자회사 방만경영, 임직원들의 기강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한 준정부기관으로 부실 기업(금융사 포함)을 지원하는 공적자금을 관리 및 운영한다.
◇예금보험공사 투자·공적자금 손실 및 자회사 방만경영 ‘도마’= 예금보험공사가 혈세로 이뤄진 공적자금을 원활하게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은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으로 보유하게 된 금융회사 자산을 적정가에 매각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현재 지분(10%)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원금 회수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생명에 약 10%(8685만7001주)의 지분을 쥐고 있다. 예보는 외환위기 당시 한화생명 전신 대한생명에 약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꾸준한 블록딜(대량매매)를 통해 2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으나, 현재 남아있는 상환금액은 1조4000억원이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실적 부진에 따라 주가가 급락한 상태다. 한화생명의 주가(11월 26일 종가기준)는 2325원으로 1년 전 주가(4380원) 대비 46.91% 하락한 상태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모든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2019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1조2000억원의 손실은 불가피한 셈이다.
자회사 서울보증보험의 방만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지난 11월 국정감사 당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내용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자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의 반복되는 방만경영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은 의료비를 선택적 복지비에 통합해 운영하고 업무관련성이 없는 질병과 직원 가족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서울보증보험은 예산으로 임직원에게 연간 한도 없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임직원의 가족에 대해서도 연간 500만원 한도로 의료비를 지원했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 의료비로 집행된 금액은 13억5896만원에 달한다.
◇임직원 모럴헤저드 논란 여전=임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5월 예금보험공사 노조위원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인해 예금보험공사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저축은행 파산 업무를 담당하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이 사내 유연근무제도를 통해 재택근무를 부적절하게 수행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예조는 지난 2016년까지 수년 간 자기자본(자본총계)이 마이너스(-) 기록한 상황에서도 사장(상임기관장), 상임감사 및 이사 등 예보 임직원들의 연봉을 올렸다.
실제 2014년 예금보험공사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조2051억3800만원, 2015년 -4조0151억4300만원, 2016년 -1조5977억89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연봉기본급을 보면 상임기관장은 2014년 1억8114만원, 2015년 1억9135만원, 2016년과 2017년 각각 1억9534만원에서 2018년 2억582만원, 2019년 2억1076만원으로 2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상임감사의 경우 2014년 1억4491만원, 2015년 1억5308만원, 2016년과 2017년 1억5627만원, 2018년 1억6466만, 2019년 1억6861만원으로 ▲상임이사의 경우 2014년 1억3050만원, 2015년 1억3785만원, 2016년과 2017년 1억4072만원, 2018년 1억4828만, 2019년 1억5183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이는 금융위 산하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올해 기준 상임기관장 연봉기본급은 위성백 예보사장이 2억1076만원을 받아 행시 선배였던 문창용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2억603만원이나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국고국 선배였던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2억704만원보다 높았다. 이같은 상황은 상암감사 및 이사의 경우도 비슷했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 측은 내부 급여 문제를 자체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임원들의 급여에 대한 기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임원 보수라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서 차관 연봉의 150% 상한으로 책정하고 있기에 우리가 임의로 인상할 수 는 없는 일”이라며 “그리고 실적과 연동된 부분은 성과급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 간 자본잠식이 발생한 것은 저축은행 부실로 인한 자금 지원으로 결손금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리스크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이전에는 금융감독원이 주로 리스크 관리를 했고, 예금보험공사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저축은행 사태 이후 위기 대응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