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이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아마 유승호, 여진구의 계보를 잇지 않을까 싶어요. 그 분들이 강훈이 나이 대에 보여준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거든요.”(차영훈 PD)
배우 김강훈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대방로 KBS 별관 대본연습실에서 만난 김강훈은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봤던 필구의 모습 그대로 화면에서 나온 듯 했다. 여느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김강훈의 등장에 술렁이던 분위기가 지나가고 그의 입에 모든 눈과 귀가 집중됐다.
처음 만나는 수십 명의 형, 누나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마주한 김강훈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씩 이어지는 질문에 짧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의 연속이었다. 어느 답변엔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고, 어느 답변엔 진심어린 감탄사가 터졌다. 모두의 입에 미소가 걸린 현장 분위기를 살려 40여분 정도 이어진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드라마를 마쳤는데 소감이 어때요?
“드라마를 마쳐서 뭔가 아쉬워요. 그리고 진짜 옹산에 다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준기네 아줌마가 지금도 거기 서 있을 것 같아서 뭔가 아쉬워요.”
◇ 드라마가 끝나고 가장 헤어지기 싫었던 사람은 누구였어요?
“헤어지는 건 다 헤어지기 싫은데, 준기 형이랑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공효진 엄마랑 헤어지는 것도 너무 아쉬워요. 진짜 엄마처럼 대해줬는데 갑자기 못 만나니까, 그게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연기한 필구와 강훈 군의 닮은 점이 무엇인 것 같아요?
“야구랑 먹는 걸 좋아해요. 오락도 좋아하고. 그거 세 가지만 닮은 것 같아요.”
◇ 종렬 아빠와 용식이 형이 잘해줬어요?
“종렬 아빠는 실제 아빠처럼 잘해주고 장난쳐주고 그랬어요. 넌센스 퀴즈하고 그랬던 게 기억에 남아요. 용식이 형은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너무 착해요. 착해서 놀랐던 게 인사할때 스태프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하는 게 가장 신기했어요. 용식이 형이 엄마한테도 인사하는데 엄마가 쓰러질 뻔 했다는 거예요. 그게 신기했어요.”
◇ 공효진 엄마와는 어떤 얘길 주로 했어요?
“촬영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해보자는 얘길 제일 많이 했어요. 이 장면에선 어떻게 울어야할지 알려주시고 해서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어요. 엄마가 다 얘기해줘서 너무 좋았어요.”
◇ 고두심 배우와 호흡은 어땠어요?
“고두심 할머니랑 영화 ‘엑시트’ 때도 같이 했어요. 그전부터 친하긴 했는데 이번 드라마 대본 리딩 할 때 다시 만나서 고두심 할머니가 처음부터 말 걸어주시고 해가지고 진짜 할머니 같았어요. 용식이 형은 진짜 착하고, 향미누나는 진짜 친누나 같고, 다 제 가족 느낌이 들었어요.”
◇ 임상춘 작가를 만났을 때는 어땠어요?
“만난 적이 많이 없어서. 그냥 뭐라고 말해야 하지. 진짜 신기했던 게 (대사) 한 마디마다 마음에 와 닿았어요. 한 마디마다 슬프고 웃기고 했던 것 같아요.”
◇ 연기에 도움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예요?
“처음엔 소리 지르는 연기가 어색해서 감독님과 몇 번 만나서 대본 리딩을 했어요. 그것 덕분에 연기를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긴 해요. 제가 화를 잘 못 내서 감독님이 소리 이렇게 지르라고 해서 이렇게 소리 질렀어요.”
◇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하고 가장 변한 점이 뭐예요?
“필구 역할을 연기하면서 소리를 엄청 크게 지를 수 있게 됐어요. 동생한테 화가 날 때 예전엔 그만하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소리 질러요.”
◇ 강훈 군이 본 필구는 어떤 친구 같아요?
“필구는 별명처럼 깡이 있고 철이 든 것 같아요. 나는 여덟 살인데 왜 엄마를 지켜야 하지라고 말하는 것 보면 철든 것 같아요.”
◇ 강훈 군은 열한 살인데 여덟 살 필구를 연기했어요. 자신의 여덟 살 때를 떠올리면서 했어요?
“필구가 철이 들어서 지금 저랑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열한 살답게 연기했어요.”
◇ 이번 드라마에서 내가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연기 있어요?
“18회에서 차 안에서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찍으면서 뭔가 진짜 울었다고 해야 하나요. 감정을 잡은 게 아니라 그 상황이 진짜 슬퍼서 울었던 것 같아요.”
◇ 지구가 무너진 것 같다면서 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은 원래 한 대를 때리는 건데 제가 못 울어서 동백 엄마가 두 대를 때렸어요. 감정이 안 잡히는 거예요. 엄마가 한 대를 때렸는데 눈물이 핑 고여서…. 그 장면이랑 차 안에서 우는 장면이 가장 슬펐던 것 같아요.”
◇ 눈물 연기가 힘들진 않았어요?
“옛날에는 눈물 연기를 할 때 엄마가 죽는 걸 생각했는데, 지금은 필구의 상황에 따라서 하는 것 같아요.”
◇ 연기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어요?
“처음엔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서 갔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어요. 그때는 연기하는 게 싫었는데, 아홉 살부터인가 그 때쯤부터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아요. 연기가 재미있어서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재밌고. 대사 외우는 게 흥미롭고 재밌어요.”
◇ 대사를 잘 외우는 비결이 있어요?
“엄마가 이거 다 외우면 밖에 나갈 수 있다고 해요. 그것 때문에 점점 빨리 외우는 것 같아요.”
◇ 강훈 군을 칭찬하는 좋은 댓글이 많았어요.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뭐였어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제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게 꿈인데 연기 잘한다고 하니까 고마웠어요.”
◇ 강훈 군의 평소 실제 모습은 어때요? 친구들이 어떻다고 해요?
“애어른이라고 해야 하나. 성숙하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철들었다고. 어른들이랑만 있다 보니까 뭔가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제가 설명할 때 가끔씩 어려운 단어를 써요. 그래서 친구들이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알려주고 해요. 뭔가 말이 안 통할 때가 있어요.”
◇ 감독님이 유승호, 여진구 배우처럼 될 거 같다고 하셨는데 닮고 싶은 배우 있어요?
“일단 강하늘 형처럼 크고 싶어요. 너무 착해서요. 저도 착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그 형처럼 착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너무 좋아요.”
◇ 강훈 군은 자신이 연기한 영상을 볼 때 어때요?
“제가 제 연기를 못 봐요. 막 쑥스러워서 그냥 안 봐요. 동생이랑 엄마랑 아빠만 밖에서 보고 저 혼자 방에서 게임하고 그래요. 전 제가 연기하는 것 못 보겠더라고요. 본방을 안 봐서 다시보기로 볼 때도 전 제 거 안 보고 넘겨요. 뭔가 오글거려요. 너무 쑥스럽고 제가 아닌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못 보겠더라고요.”
◇ 배우 말고 다른 꿈은 없어요?
“랩은 취미로 한 거고,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제가 축구를 좋아해서 옛날엔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축구선수는 되기 어렵다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계속 이거(연기) 하고 있어요.”
◇ 강훈 군도 필구처럼 오락실에서 왕 깨다가 엄마를 지키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엄마 못 지킬 것 같아요. 왜냐면 엄마가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를 지키는 게 새로운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작품이었어도 엄마를 지켜본 건 처음이라 뭔가 새로운 경험이긴 했어요.”
◇ 강훈 군이 볼 때는 ‘동백꽃 필 무렵’이 무슨 얘기인 것 같아요?
“까불이 얘기도 있지만 드라마가 따뜻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대본 리딩에서 말할 때 스릴러 같은 부분이 있지만 따뜻한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엔딩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엔딩이 너무 따뜻해서 20회가 정말 좋았어요.”
◇ 강훈 군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예요?
“19회에서 정숙 할머니(이정은) 내레이션 마지막 줄에 ‘엄마는 영원히 너를 사랑해’ 대사가 너무 슬펐고 울었어요, 진짜. 엄마는 진짜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엄마 없으면 빈자리가 클 것 같고 없으면 안 될 존재 같아요.”
◇ 필구가 강훈 군의 인생 캐릭터예요?
“필구가 제 ‘인생캐’인 건 확실해요. 지금도 필구에 약간 빠져있어요. 필구가 아직 제 몸에 들어있는 느낌이 들어요.”
◇ 강훈 군에게 연기란 뭐예요?
“일상? 친구들은 학교 다니고 노는 게 일상인데, 전 연기가 일상이라서요. 연기를 몇 년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인지 그게 더 제 일상인 것 같아요.”
◇ 연말 시상식에서 상 받을 것 같아요?
“기대는 안 해요. (가긴 갈 거죠?) 부르면 가야죠.”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