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신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몬 것이 아니다. 국가와 정부 책임이 크다.
#글// 기선완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포와 불안이 사람들의 머리 속을 장악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굳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사연이 있다. 바로 청도 대남병원 5층에 장기 입원하여 전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신장애인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25일 오전9시 현재까지 모두 여덟 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하여 목숨을 잃었다. 한 분은 평소 지병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계신 분이었고, 다른 40대 남성은 갑자기 사망한 채로 발견되어 사후에 바이러스가 검출된 분으로 직접 사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 단정 할 수가 없다. 사망자들 가운데 최다 인원인 다른 여섯 분은 모두 정신장애인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신체질환은 없고 멀쩡한 육신을 가진 분들이라고 짐작되는데 이들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유를 언뜻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장기 입원은 신체 기능이 약화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폐쇄된 병실에서 오랜 기간 갇혀 살면 몸을 움직일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신체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멀쩡한 사람도 오래 가두어 두면 의욕을 잃고 자율적인 행동이 사라지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정신 장애에 의한 영향보다 오래 갇히는 것이 더 사람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수용화 증후군(Institutional syndrome)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분들은 모두 만성 정신장애인들이었다. 적절한 재활 치료를 제공하고 회복 의지를 북돋아도 사회인지기능의 저하와 활력과 의욕, 그리고 감정이 소실되는 음성증상으로 사회적응이 어려운 분들이었다.
10년, 20년 폐쇄 병동에서 살다 보면 주는 밥도 먹기 싫고 아무런 동기부여도 없게 된다. 가지고 있던 좋은 기능도 다 상실한다. 자다 깨다 하는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에서 좀비처럼 변해간다.
개인위생관리가 안되어 충치라도 생기면 식사를 더 못하게 된다. 입원한 만성 정신장애인들이 외부에 나가서 치과 치료를 하기엔 걸림돌들이 너무 많다. 신체질환의 치료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 약물치료의 부작용이 한몫을 더한다. 망상과 환각 그리고 혼란스런 생각에 도움이 되는 약이지만 약물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최근에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부작용이 덜한, 최신 약을 쓰기엔 제도적인 한계도 있었다.
항콜린성 부작용으로 눈이 부시고 입이 마르며 위장관 운동 기능이 떨어져서 변비가 생기고 속이 더부룩하다. 낮에도 멍하니 졸리고 밤에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신체 활동도 없고 종일 졸기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약물에 의한 도파민 차단은 망상과 환각을 줄여 주지만 운동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몸은 너무 무겁고 덜덜 떨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을 강하게 호소하고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한다. 정신장애인들이기 때문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들도 점점 멀어져 간다. 연로하신 부모님마저 돌아가시면 병원이나 요양원에 그대로 방치된다.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간식 한 번 먹을 수가 없고 관심을 주는 이가 없으니 자연스레 소외되고 사회에서 완전 고립된다.
환자들에게 유일한 재미는 흡연인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니코틴이 잠시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흡연으로 입안은 더 마르고 호흡기계통은 병들어간다. 그렇게 환자들은 점차 시들어간다.
또한 본인 부담이 없고 정액제인 현재 의료급여 수가 제도는 구조적으로 장기입원을 조장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전염병이 전파되니 폐쇄병동에 삽시간에 퍼지고 몇 분이 사망하게 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방역과 전염병 관리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정신장애인들의 비극적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탈수용화했고 지역사회에서 치료한다.
그 동안 절규에 가까운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 국가와 정부는 언제까지 이들을 무시하고 방치할 것인가? 제도와 구조가 소외와 배제를 방기하고 조장하고 있다.
지금 당장 폐쇄병동에 장기입원 중인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감염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현재 코호트 격리 중인 청도 대남병원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인권보장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사회적응을 위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국가와 정부는 바로 내놓아야 한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