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건강보험에서 약제비로 지출되는 금액이 늘고 있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사용 관련 지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실비아 보건정책연구실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효율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복제약 사용에 있어 지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제도적으로 약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의사가 저렴한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참조가격보다 높은 약제 선택시 본인 부담을 늘리는 ‘참조가격제’를 적용해 낮은 비용의 복제약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만성질환 치료제 지출 급증…‘항암제’는 오리지널 충성도 높아
박 센터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건강보험 약제비 총지출은 2018년 기준 17조 8616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24.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의약품 사용량은 연평균 1.3%씩 감소했지만 총약제비는 약 7.6%씩 증가했다.
인구집단별 약제비 지출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대한 약제비 지출액이 전체 약제비의 40%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비율은 2014년 이후 점차 상승하는 추세이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주요 만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2018년 전체 약제비의 약 21.7%를 차지했다. 또 항암제는 2014년 6821억 원에서 2018년 1조 2079억 원으로 지출액이 크게 늘면서 2018년 기준 전체 약제비의 6.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의약품 약제비 지출에서 단독 판매 신약·오리지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18.4%였다. 지질완화약물에서는 그 비율이 7.7%로 낮았고 항암제와 희귀의약품에서는 각각 56.6%, 65.0%로 높아, 중증질환 치료제에서 단독 판매 중인 신약·오리지널의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복제약이 나온 신약·오리지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혈압 치료제에서(44.0%) 특히 높았고, 희귀의약품에서(9.2%) 낮았다.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의약품의 49.3%였다. 지질완화약물에서 62.1%로 특히 높았고, 항암제에서 11.3%로 낮았다.
항암제에서는 복제약 진입 신약·오리지널의 비율이(32.1%) 복제약 비율(11.3%) 대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특허가 만료돼도 신약·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시장의 충성도가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리지널-복제약 가격 차이 없어, 특허 만료 후 가격 인하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 가능한 복제약 사용률이 외국과 비교해 낮은 편은 아니지만,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지출 효율화 성과가 미흡하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약으로 대체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약제비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정책 전략 중 하나다. 동일 성분 또는 동일 계열의 여러 의약품 중에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사용해도 환자 치료의 질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출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국내 복제약 사용률과 금액 비율은 각각 55.7%, 49.3%로 OECD 평균(2017년 각각 52%, 25%)에 비해 높으나 제품 사용률과 금액 비율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허가 만료된 신약과 오리지널의 시장 점유율은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복제약이 진입한 신약‧오리지널 제품의 약제비 점유율은 2014~2018년 32~33% 수준을 유지했고, 단독 판매 중인 신약‧오리지널 제품까지 합하면 전체 약제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원인으로 박 센터장은 ‘동일제제 동일약가’ 제도 운영을 꼽았다. ‘동일 약가제도’는 복제약이 등재되면 특허 만료 오리지널 제품은 기존 가격의 70%로, 복제약은 59.5%로 상한 가격이 설정되고 1년 후에는 특허 만료 전 가격의 53.55%로 약가가 조정되는 제도다. 박 센터장은 “특허 만료 후에도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존재하는데, 동일 가격 구조에서 복제약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할 제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특허 만료 의약품 가격의 사후관리도 미흡하다”며 “약값이 53.55%까지 인하된 후 제도적 가격 조정이 없고 시장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제약이 진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약가 조정 기전이 존재하지 않는데, 특허가 만료됐거나 장기간 시장을 독점한 제품은 기존의 높은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일 가격 적용 제품 수 조정하고 참조가격제 적용해야
박 센터장은 동일 가격 적용 제품 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시행하는 계단식 약가제도는 특허 만료 의약품의 동일제제 품목 20개까지 동일 약가를 적용하고 21번째부터는 기존 제품 최저가의 85%로 책정하는 것인데, 그보다 낮아도 동일제제 품목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특히 시장에서는 기존 제품보다 낮은 가격의 제품이 진입하는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가격 경쟁이 촉진되기 때문에 적용 품목을 20개보다 낮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의 자발적 가격 인하 유도 방안으로 ‘참조가격제’ 적용 방안도 언급했다.
참조가격제란, 대체 가능한 의약품들로 그룹을 만들어 지불 가격(참조가격)을 결정하고 제약사는 약가를 자유롭게 정하되, 환자가 참조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시 참조가격과의 차액을 전액 본인 부담하는 제도다. 즉 보험자가 개별 약제의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지불 가격만 정해 보험자의 재정 지출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제약사의 자발적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동일제제 품목이 일정 개수 이상 등재됐거나 복제약 경쟁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성분에 적용할 수 있다.
그는 “약가 인하는 시장에서 경쟁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대한 수요가 작동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낮은 가격의 제품이 더 많이 사용됨에 따라 약가를 낮추는 기업이 이익을 얻어야 한다. 시장에서 안 된다면 제도적으로 가격을 낮춰 재정 지출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 센터장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 대상 가이드라인 구축과 급여 의약품 재평가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센터장은 “지출 효율화 정책이 작동되려면 의사가 가급적 저렴한 대체 가능한 의약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기전이 정책에 담겨 있어야 한다. 특히 사용이 촉진돼야 할 의약품 목록을 사전에 작성한다면 의사별 또는 의료기관별 처방에 포함될 양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사용을 억제해야 할 약이 있다면 이 의약품 처방 조건을 엄격하게 설정하거나 처방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급여에 등재된 의약품을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최근 지출을 증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되는 신약은 임상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측면이 있다”며 “급여 의약품의 재평가는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가격의 적절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약제급여를 위해 가용한 재정 규모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한정된 재정으로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약제 급여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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