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기선완의 우리, 괜찮을까요?
글//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언택트 시대가 오리라는 예상이 무성하다. 앞으로 관례적으로 수행되던 비효율적인 회의나 모임은 잦아들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은 효율성을 중시하므로 과거 방식과 완전히 다른, 시간과 경비를 가장 아낄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도시 중심에 사옥을 계속 유지하게 될지도 불투명하다. 평소 재택 근무로
일상 업무를 유지하다가 정말로 중요한 회의만 소집해도 그만이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사무 공간을
제공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일이 돌아가고 돈을 벌면 될 뿐이다. 어디에서 일을 하건 무슨 상관인가?
그동안 과밀한 도시생활에서 지치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도시인들이 저밀도 자연 친화적인 농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복잡한 도시를 떠나 널널한 곳에서 좀더 편안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것을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학교나 기업에서 공동체를 이루면서 얻는 장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공동체의 소속감과 응집력, 역할과 분담, 비언어적 의사소통, 공감 능력, 그리고 사회인지 능력 같은 것들이다. 인간은 서로 보고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발달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도 만만찮다.
그리고 남편이 직장에 출근을 안하고 아이들이 집에 계속 머문다면 주부들의 부담이 크다. 과연 우리 사회는 가사 부담을 공평하게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노인들이 은퇴하고 고향으로, 시골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사회적 관계가 계속 살던 곳에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아프면 급히 갈 병원이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문가들이 상상하던 디지털 사회로 가는 문을 열었으되, 아직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사회는 완전한 비대면 사회를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관성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됐을 뿐이다.
섣부른 디지털 사회로의 빠른 전환은 시행착오만 불러올 것이라 장담한다. 변화 가능한 것부터, 수용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시행해야 한다.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모르던 시대에 유럽에 창궐하던 흑사병도 결국 끝이 났고, 1차 세계대전 후 수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도 종식되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던 시절이다. 오히려 팬데믹이 끝난 후에 여행이 급증하고 사람들의 모임이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언택트와 온택트의 조화,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채워줄 창의적인 플랫폼 구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득이 생기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거나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분야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언택트 시대는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2016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2년 남짓 기간 동안 중동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의료한류의 선봉장으로 활동하다 원대복귀했다. 현재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고, 지난 3월 한국자살예방협회 제6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