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공관절도 ‘개인 맞춤형 시대’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다. 혁명의 주인공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뿐 아니라 3D프린팅, 줄기세포 재생의학, 드론 등의 ‘원천기술’은 모든 분야에 녹아들며, ‘기술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개인 맞춤형 시대’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거 생산자 중심의 패러다임도 개인에게 ‘맞춤’ 생산 형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의료분야도 혁신을 꾀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가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퇴행성관절염 말기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인 ‘인공관절’ 수술이 있다.
1960년대 영국 존 찬리에 의해 개발된 이 수술은 6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질 만큼 수술의 ‘효과’나 ‘안정성’이 입증된 치료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관절의 환자 만족도도 81%에 이를 정도로 높다. 다시 말하면, 10명 중 2명만 수술 후 회의감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관절에도 수명이 한정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현재의 인공관절 수술 얼마나 발전했나?
그 때문에 의학자와 공학도는 ‘환자의 만족도 향상’과 ‘인공연골의 수명 연장’을 목표로 현재까지도 밤낮없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내비게이션, 바이오 센서, 로보닥 등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술법은 고식적 인공관절 수술과 비교했을 때 정확성이나 안정성 면은 향상되었다. 그러나 ‘시스템적 오류’나 ‘의료진의 테크닉’, ‘높은 비용’ 등의 변수가 여전히 존재했다.
이러한 인공관절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인 PSI(Patient Specific Instrument)를 활용하는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인 ‘3D프린팅 기술’과 3D시뮬레이션 기법을 수술에 접목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최초 의료 선진국에서 시작된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미국을 경유한 수술이 시행될 만큼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수술의 오차 범위를 최소화해 정확한 인공관절 이식이 가능해지며 인공연골의 수명연장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국내에서는 연세사랑병원이 이 ‘3D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법’을 최초로 도입했다.
'브릿지 구조를 포함하는 인공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 10-1675581호)'과 '정렬로드를 포함하는 인공무릎관절 환자 맞춤형 수술가이드 및 이를 제작하는 방법(특허 제 10-1675584호)'의 설계 특허도 2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가상수술을 통해 디자인 된 환자 맞춤형 수술도구(PSI)를 활용하면 빠르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무릎 관절의 절삭 부위를 최소화한 만큼 합병증의 위험은 줄고 회복속도는 빨라져 수술 후 만족도가 높다.
#이젠 내 무릎에 맞게 디자인된 ‘인공관절’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의 인공관절 수술 안정성이나 정확성 면에서 높은 기술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미 생산된 인공관절에 맞게 관절을 디자인하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개인 맞춤형 시대’에 맞는 의료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국내 의료진을 포함한 대다수 대중은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인공관절’ 개발이 요원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3D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사진)이 이미 미국에서 5~7년 전부터 상용화되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3D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원리는 간단하다. MRI(자기공명영상) 및 CT(컴퓨터단층촬영)촬영을 통해 환자의 무릎 형태에 관한 데이터를 사전 확보한다. 이를 특수 프로그램에 적용해 개개인의 무릎 모양을 정교히 디자인한다. 디자인이 완료된 무릎 모델을 3D프린팅 기술로 출력한 후 이에 맞는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을 제작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인공관절 선진국인 미국에서 먼저 개발된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의 경우 대퇴골(무릎 위뼈)은 환자의 무릎 형태에 맞춰 디자인한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이 맞다. 하지만 경골(무릎 아래뼈)의 경우 기존의 인공관절 기법과 큰 차이가 없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나에게만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인공관절 제작, 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이 연구가 본격화된다. 연세사랑병원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경환 박사 연구팀과 손잡고 국가과제로 ‘3D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 최근 3년여간 3D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의 산업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연구를 통해 기존 인공관절 모델에 최신 초정밀의료기술을 접목, 경골(무릎 아래 뼈) 부분까지도 ‘개인 맞춤’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우리가 개발한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모델’과 미국식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의 ‘마모 테스트(Experimental Wear Test)’를 1년간 시행한 결과 국내의 ‘인공관절’ 모델이 더 마모가 적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인용지수(Impact factor) 5.7로 높은 평가를 받는 세계적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메디신(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인공관절 수술은 기존 개인 맞춤형 수술도구를 제작하는 방식 등보다 한 차원 높은,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은 환자의 만족도 향상은 물론 인공관절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