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날씬한 몸매를 위해 ‘마약류’에 손을 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명 ‘다이어트약’이라고 불리는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서 마약류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또 약물 복용만으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해 오남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해진 용법·용량에 맞게 사용하면 체중감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과다 복용하게 되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 불면증 등 기분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자살 충동이나 자살 행동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 45명 중 1명 식욕억제제 처방…30대 여성 多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신고된 식욕억제제 처방자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10개월간 총 116만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국민 45명 중 1명꼴로, 의료용 마약류 사용 전체 환자 수 대비 7.3% 수준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105만명(92.7%)으로 가장 많다.
연령별로 보면 20~50대가 많이 사용는데 그중에서도 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다. 30대 비율은 30.3%, 40대 29.6%, 20대 16.9% 순이다.
성분별로는 펜터민 성분을 처방받은 환자가 74만명(52.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로카세린, 마진돌 순이었다. 처방일로 보면 로카세린 성분의 평균 처방일이 26일로 가장 길고, 이어 펜터민 22일, 펜디메트라진 17일, 마진돌 16일, 디에틸프로피온 13일 순으로 길었다.
식욕억제제 처방은 대부분 4주(28일) 이하로 처방됐지만 3개월(90일)을 초과해 처방된 건도 9만건에 달했고, 평균 처방일 수는 29일이었다. 또 2개소 이상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환자는 17만명에 달했고, 식욕억제제를 2종 이상 기간이 중첩되도록 처방받은 환자도 11만명에 달했다. 이 중 5만7000명이 3개월을 초과해 처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응답자 22.5%만 ‘의존성’ 인지…임의로 양 늘려 복용하기도
그러나 국민 상당수는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중독성 처방의약품(의료용 마약류)’의 중독(의존) 발생 위험성과 증상, 그 대처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실시한 ‘약물오남용 대국민인식조사’ 결과, 식욕억제제의 중독성(의존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 중 22.5%, 대처 방법을 아는 경우는 8.8% 수준에 그쳤다.
복용자의 절반 정도는 이들 약물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중독(의존) 발생 가능성과 증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를 복용한 전체 응답자(60명)의 50.0%만이 의료진으로부터 약물 복용 시 중독(의존) 발생 가능성과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식욕억제제 복용자의 15.0%는 의사가 처방한 것보다 임의로 양을 늘려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임의로 양을 늘려 복용하는 등 중독성 약물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대해 의사와 환자 간 명확한 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식욕억제제 복용자 중 이미 의존성이 발생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비율도 높았다. 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 조사 결과, 최근 3개월 이내 식욕억제제를 사용한 18명 중 약물 사용을 조절하거나 줄이려는 시도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6.7%에 달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9%가 식욕억제제의 안전한 복용 기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른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약물(물질) 오남용으로 초래되는 신체 및 정신 건강상의 위험 정도에 대해 아편계(마약성) 진통제(81.3%) > 흡연(76.9%) > 의료용대마(71.1%) > 음주(68.7%) > 식욕억제제(다이어트약물)(66.8%) > 진정제·수면제(65.6%) 순으로 답했다.
◇ 끊을 수 없는 ‘중독’이 부작용…복용 기간 지켜야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게 되면 중독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이나 기분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용법과 용량, 복용 기간 등의 준수가 매우 필요하다.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국내 허가된 식욕억제제 대부분은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끊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있다”며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입이 마르거나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식욕억제제는 화학적 및 약리학적으로 암페타민류와 연관이 있는 교감신경 작용제이기 때문에 복용 중 우울증과 불안, 불면증 등 기분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우울증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 토피라메이트 포함 제제는 자살 충동이나 자살 행동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우울증 발생(악화), 자살 충동·행동, 기분이나 행동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있가 있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식약처가 ‘마약류안전관리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마련한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많이 처방되고 있는 성분인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의 경우, 저용량부터 시작하고, 허가용량 내 4주 이내 단기처방해야 한다. 다만, 원발성 폐동맥 고혈압 증 부작용 발생 위험성을 고려해 최대 3개월을 벗어나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는 제품 허가사항의 용법용량에 따라 초회 용량으로 14일간 처방하고, 14일 이후에는 권장량으로 12주간 처방하고 체중 감량을 확인해 복용 중단, 복용량 증량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복용 중단은 발작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를 완전히 중단하기 전 점차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식욕억제제는 중증 심질환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다른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와 병용하지 않아야 하고,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욕억제제는 비만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약물치료에 앞서 식사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 등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남용 및 의존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는 미용 목적으로 처방․사용하면 안 된다. 한국인의 비만기준인 체질량지수 BMI 25kg/m2을 기준으로 그 이상일 때 체중감량요법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사용하더라도 체중 감량의 1차 목표는 최초 투여시점 전 체중 대비 체중의 5~10% 감량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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