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 A씨(57세)는 지난 2시간 동안의 기억을 잃었다. 집 앞을 서성이던 A씨를 발견한 아내의 말로는 왜 그 앞에 서 있었는지,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자꾸 물으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밤이 됐는데도 2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자 A씨와 아내는 덜컥 겁이 났다. 치매나 뇌경색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으나,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증(Transient Global Amnesia)’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증(또는 일과성 전 기억상실증)은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기억상실이 나타나는 일시적 증상이다. 대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 변화가 있을 때, 체온이 갑자기 변화했을 때, 편두통이 있을 때,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복압을 심하게 상승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뇌혈관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일시적인 폐색 또는 자율신경계 변화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억이 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질문하며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는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24시간 내 회복된다는 특징이 있다. 손종희 한림대학교 춘천 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보통 8시간 안팎의 기억상실이 나타나며, 기억상실이 일어난 이후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 또는 기억이 없어진 사건이나 그 전의 일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후향 기억상실을 보인다. 다만 하루가 지나기 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자기 기억을 잃기 때문에 불안증세가 동반되는데 합병증으로 발전하는 병은 아니”라면서 “보통 5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주로 발병하고, 인구 10만명당 환자 수는 23~32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체 6% 미만에서 재발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기억장애 증상 때문에 건망증이나 치매를 우려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기억상실을 ‘인지’한다면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증일 확률이 높다. 손 교수에 따르면, 치매는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뿐더러 기억상실에 대한 자각이 없다.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 것에 대해 불안감도 없다는 특징이 있다. 어떤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힌트를 줬을 때 기억이 난다면 건망증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경련이나 뇌경색 등 허혈성 뇌혈관질환의 초기 증상과 비슷하다. 그는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증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뇌파 검사, MRI 등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게 좋다”며 “검사 과정에서 고혈압이나 중성지방 등이 발견됐다면 혹시 모를 질환 발생 예방을 위해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증이 재발한 사람들에게서도 혈압이나 혈관성 위험인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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