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 관련 파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수사에서 의혹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무혐의 등 처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뒤 시민들의 반발이 한층 격해지고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전·현직 시장 측의 불법적이고 부정한 거래를 담은 이행각서의 실재와 작성과정 등을 추론할 수 있는 녹취파일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의혹의 신뢰성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거기다 검찰이 핵심 피의자인 현 시장을 조사하면서 소극적이고 미온적으로 임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까지 나와 수사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이 의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부터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후보경선 과정에서 최성 전 시장 측과 이재준 현 시장 측이 인사권·사업권 등을 나누는 잘못된 거래를 자행했다는 이 의혹은 시민들 사이에 꾸준히 설왕설래됐다. 그 과정에서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숱한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거래 관련자의 음성 녹취와 자필확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올해 초 양측의 이행각서까지 일반에 알려지면서 야당의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수사 상황을 내내 감추고 있던 검찰이 최근에서야 당사자들에게 무혐의, 참고인중지, 기소중지 등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의 의문을 샀다.
이런 차에 경향신문이 ‘고양시 매관매직 각서 진실 담긴 녹취파일 80여개 입수… 검은 거래 의혹도’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내보내 검찰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을 노골화시켰다.
지역 시민단체의 연합체인 고양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자들은 지난 16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검찰의 성역 없는 재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담당검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7개 항의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앞서 1만여 회원을 보유한 일산연합회 대표단도 지난달 23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찾아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와 2000여 시민의 서명부를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달라”면서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도 담았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전에 없이 의혹에 대한 강한 확신감에 차 있고, 검찰수사에 대한 큰 불신감에 사로잡혀 있다.
일산서구 대화동 한 주민은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주시해왔다”면서 “검찰수사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된다면 고양시는 더 큰 의혹과 불신감으로 얼룩질 것”이라고 말했다. 덕양구 행신동 한 주민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만으로도 부정선거의 실체를 충분히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야당 정치권도 나섰다.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19일 시청 정문 앞에서 이재준 시장의 매관매직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매관매직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는 초유의 시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108만 시민을 대리해 검찰의 성역 없는 재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사회의 변화된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적지 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쑥덕공론이 일고 있다. 익명을 강하게 요구한 한 시청 공무원은 “사실 많은 직원들이 이 시장의 부정한 거래를 믿고 있다”면서 “이들 또한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명백한 진실규명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공무원은 “이 시장이 앞으로 시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고양시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앞으로의 상황추이가 지대한 관심사다.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커질 것이고, 시민단체들 또한 지속적으로 검찰을 향해 공정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의 경우 이재준 시장 퇴진운동에 나설지에 대해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래저래 고양시장 부정선거 의혹의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