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어쩌면 선장을 잃은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일 LG 트윈스와 벌인 와일드카드전에서 패했다. 한 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 팀의 가을 무대치고는 지나치게 짧았다.
올 시즌 개막 전 키움의 전망은 밝았다. 지난달까지도 73승 1무 58패로 3위에 자리하며 2위 KT를 1경기차로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손혁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그림이 뭉개졌다.
의뭉스런 퇴진이었다. 구단은 “손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지만 야구계 안팎으로는 ‘손 감독의 사실상 경질당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수뇌부와의 갈등이 화가 돼 내쫓긴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계약 첫 시즌 팀을 3위로 이끄는 상황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게 선뜻 납득하기 힘들었을 뿐더러, 키움이 손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도 의구심을 더했다. 일반적으로 자진 사퇴의 경우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움은 이에 더해 파격적인 후속 인사로 선수단 내 동요를 가중시켰다.
구단은 손 감독의 대행으로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내세웠다. 2013년 전력분석원으로 키움에 입사한 김 코치는 프로야구 선수 경력이 없고, 현장 코치 경험까지 전무했다.
김 대행 체제의 키움은 정규시즌 12경기에서 7승 5패를 기록했다. 승률 5할은 넘겼으나 순위 경쟁에서 LG와 두산에 밀려 가까스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정규시즌 최종전인 지난달 30일 두산전에서 에이스인 에릭 요키시를 내세웠던 키움은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를 기용하지 못했고, 허무하게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수뇌부의 감정적인 행보로 키움이 우승에 이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시즌 키움의 주축 내야수 김하성은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다. 2014년 1군에 데뷔한 김하성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7년 조건을 충족한다. 이미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주목할 FA(자유계약선수) 중 한 명으로 김하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해 12월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해외진출) 자격이 되고 구단에서도 허락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베테랑 서건창도 FA를 앞두고 있다. 구단 내 잡음이 심한 상황에서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4번 타자 박병호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다음 시즌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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