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 인터뷰: 글로벌 명의 명클리닉/ 폐암수술 권위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 문석환 교수(흉부외과)
[쿠키뉴스] 이기수 기자 = 2017년 한 해 기준 1만7969명이나 죽음으로 내몬 병이 있다. 바로 한국인 암 사망률 1위를 기록 하고 있는 폐암 얘기다.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연장된 대표적인 암으로 꼽히는 게 폐암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폐암 극복이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폐암을 극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조기발견, 조기진단, 근치수술 ( 수술을 포함하는 다학제 치료)이 3박자가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장 문석환 교수(흉부외과)는 6일, “상당히 진행돼 완치가 힘든 단계에서 암에 걸렸음을 뒤늦게 알게 된 환자들은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은 꿈도 꿀 수가 없다. 발생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최신 폐암 진단 및 치료법을 도입, 우리나라 폐암 정복을 선도하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를 대표하는 폐암수술 전문가다. 수술이 가능한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흉강경(VATS) 수술로 높은 성공률 (수술사망율이 0.5%아하)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우리니라 최초로 직업환경의학과와 손잡고 난치성 흉부암 폐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문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의 치료, 특히 수술요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폐암 환자들위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한마디로 진행단계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말기 폐암 환자 중 6.2%는 암 진단 당시 기침조차 하지 않는 ‘무증상’ 상태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설혹 증상이 있다 해도 기침이나 가래 정도라 감기 탓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보통 폐암의 주증상이라고 하는 기침과 객혈, 객담, 호흡곤란, 흉통 등 5가지 이상 증상도 중요 장기를 침범해야 비로소 나타난다. 혹시 폐암으로 숨이 차게 됐을 때도 이미 병이 깊어진 다음이기 쉽다. 흉통 역시 흉곽을 싸고 있는 갈비뼈라든지, 아니면 인접한 척추 뼈 같은 데를 침범했을 때 생긴다.”
-폐암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폐암은 먼저 암세포의 크기에 따라서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나뉜다. 또 세포 모양이 평평하게 생겼으면 ‘편평상피세포암’이라 하고, 샘물처럼 보일 때는 ‘선암’(샘암)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누는 건 암의 양상이 제각각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모양이 다른 만큼 성격도 많이 다르고, 치료 약제에 대한 반응도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이른바 특정 암세포의 모양과 유전자 특성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개발,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소세포폐암은 성장 속도가 아주 빠르다. 초기라도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가 많고,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예후도 안 좋은 편이다.”
-폐암의 원인은?
“절대적인 원인은 흡연이다. 폐암 환자의 85%는 흡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폐암을 피하려면 담배를 아예 피우지 말라고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흡연으로 인한 폐 손상은 표준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암보다 장기 생존율이 떨어지기 쉽다.
국내 암 발생률이 2012년을 정점으로 대부분 감소하고 있지만 췌장암, 유방암, 담낭 및 담도 암과 폐암은 예외적으로 되레 약 3% 정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흡연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이렇듯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누적 흡연경력이 많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등 만성호흡기질환 등을 동반한 경우엔 더 더욱 치료성적이 좋지 않다. 폐암 예방을 위해선 금연실천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흡연량과 폐암에 걸릴 확률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5개비를 피운다면 체내에 돌연변이유전자가 하나 생기게 된다는 식이다. 폐암이 무섭다면 하루라도 빨리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담배를 안 피웠는데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잖은가?
“맞다. 흡연경험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도 있다. 약 25%쯤 된다. 이 경우 간접흡연 외에 라돈, 요리 시 연기 흡입, 공해, 미세먼지 및 작업환경 분진 노출(중금속), 기저 폐질환 및 유전적 소인 등이 주원인이다. 장기간 석면에 노출됐을 때는 악성중피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참고로 흡연에 의한 폐암은 폐 중심부, 비흡연 폐암은 폐 주변부나 가장자리에 주로 발생한다. 가장자리에 나타나면 비교적 초기 진단이 쉬운 편이다. 폐 중심부에 암이 생기면 뼈나 장기에 가려져 잘 안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병기에 따라 다르다. 만약 2기 이내 비소세포성폐암(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이라면 수술이 최선이다. 수술 뒤 재발 예방을 위해 항암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 순서다.
반면 3기 이후엔 곧바로 수술보다는 다학제 접근으로 환자의 상황에 따라 화학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하기를 고려한다. 수술을 먼저 할 경우 재발 우려가 있어서다. 4기 역시 단일 치료보다는 수술, 화학항암,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항암요법 등을 병행하는 다학제 치료로 효과를 보고 있다.”
-폐암 3기 이상 때도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비소세포폐암 3기는 수술이 가능하다 해도 조기진단 1, 2기 때보다 국소재발과 전이 가능성이 7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기 중 전신 항암 방사선치료와 함께 근치(根治)목적의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일부에 그친다. 4기 환자도 원격전이 병변은 물론 원발 폐암을 완전히 도려낼 수만 있다면 드물긴 하지만 완치 목적으로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꺼렸던 고령 환자도 최근에는 여러 진료과목 교수들이 협진을 하는 다학제 치료로 적극적으로 수술을 시행,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요즘 수술을 받는 폐암 환자 중 8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약 10%에 이를 정도다.
다학제 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 안전이고, 둘째가 완치 목적의 수술 전략이다. 수술적 치료를 포함한 통합치료가 가장 좋은 예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폐암 수술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률은 어느 정도인가?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을 받은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43.9%였다. 2004~2008년의 32.1%에 11.8% 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비슷한 기간 미국(20.5%)과 영국(13.3%)보다는 월등히 높고 일본(32.9%)과는 대등한 수준이다.
폐암은 다른 고형 암에 비해 재발이 잦은 편이다. 보통 종양의 크기가 1㎝ 이하일 때는 매년 30명당 1명, 2㎝일 때는 30명당 2명, 3㎝일 때는 10명 중 1명(30명당 3명)꼴로 재발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나아가 종양 근처 임파선에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약 30%, 종양과 떨어져 있긴 하지만 흉강 내 임파선에 전이가 있을 때는 수술로 충분히 잘라냈다고 해도 약 50%에서 재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로또 복권’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폐암 1기라도 절대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폐암 1기에 조기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기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수개월 이내 4기로 발전,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한편 제2의 폐암이 잔여 폐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두경부암(후두암, 설암 등) 환자들 가운데 폐암이 2차적으로 또 생겨 수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암 중복 발생을 조기에 진단하려면 치료 후 5년이 경과한 후에도 정기검진을 계속하고 이상 증상 발생 시 무시하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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