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작아지는 경우도 있어 추적관찰이 우선
#글// 김태희 서울하이케어의원 대표원장
어느 날 30대 중반 여성 K가 생리통이 심하다며 병원에 왔다. 그녀는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해봤는데,다발성 자궁근종이 발견됐고, 그 병원에서 자궁적출수술을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K는 아직 아이가 없는 상태여서 자궁을 보존하고 싶다고 했다. 비수술적 치료인 하이푸(HIFU, 고강도초음파집속술)시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우리 병원을 K가 수소문해 찾아온 이유였다.
자궁 안에 2개 이상의 자궁근종이 생겼을 때 다발성 근종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종양이 여러 개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궁 질환은 여성호르몬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작아지기도 하고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은 자궁근종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궁근종은 생명과 직결되는 큰 질병은 아니지만 가임기 여성에게는 난임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해선 안 된다.
검사결과 K의 경우 곧바로 치료가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추적관찰을 하기로 했다. 이후 3개월 동안 경과를 지켜봤는데, 여러 개의 근종 중 하나가 점점 커지면서 간으로까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결국 환자가 원하는 대로 자궁의 절개 없이 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하이푸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이푸는 고강도 초음파로 원하는 부위를 정밀하게 태울 수 있으며 절개와 출혈이 없이도 자궁을 보존하면서 증세를 호전시킨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강력한 초음파 에너지로 환자의 몸속 깊숙이 존재하는 종양을 순간적으로 괴사시키는 치료이기 때문에 절개할 필요가 없는 시술법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초음파 에너지를 집적해서 종양을 태우는 원리다.
하이푸 시술을 하고 1개월 후 환자의 생리통은 바로 없어졌다. 3개월이 지나고 MRI검사를 시행해 확인해 보니 K의 자궁근종은 크기가 50%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그 결과 혹으로 인해 볼록했던 배도 많이 꺼졌다.
가끔 환자들은 시술 즉시 종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하고, 시술을 하고 나면 갓 태어난 아기처럼 깨끗해진 장기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하는데, 어떤 치료이든 20~40년이 된 장기가 새것처럼 깨끗해지는 방법은 없다.
괴사된 종양은 보통 3개월 후면 30~50%, 1년 후면 70~90%가 사라진다. 때로는 자궁 내막에 생긴 점막하 근종의 경우에는 생리 때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자궁 내막에서 줄어든 근종 덩어리가 밖으로 빠져나오면 환자들은 상쾌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는 괴사된 근종이 몸속에 남아 있든, 밖으로 빠져 나오든 딱히 큰 상관은 없다. 자궁근종이 죽어든 채로 형체가(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