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이 ‘스위트홈’에서 맡은 서이경은 특수부대 출신 소방관으로 서사의 한 축을 형성하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곳곳에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에 맞서 용기 있게 주민들을 구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홀로 외부로 떠나기도 한다. 남편을 잃었지만 슬퍼할 시간도 없이 현재에 몰입하는 서이경은 자신의 사연을 특별한 대사나 사건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시영은 “여전사처럼 보이는 것만큼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서이경은 원작 없는 캐릭터잖아요. 감독님이 설명해주신 이경의 과거 이야기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어요. ‘스위트홈’에 이경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죠. 오리지널 캐릭터이기 때문에 자유롭기도 하고 파생되는 얘기가 많았어요. 주체적인 여성보다는 ‘스위트홈’에서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점에 의미가 있었어요. 이경이가 밖으로 나가면서 세계관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거든요. 감독님과 얘기하고 촬영하면서 ‘여전사’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강조하는 건 피해가려고 했어요. 재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선 여성이건, 어르신이건 누구나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화제가 됐던 등 근육 얘기가 나오자 이시영은 “CG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역시 영상을 보고 등에 그런 근육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의 눈엔 예뻐 보이지 않아서 트레이너에게 실제 있는 근육인지 물어보고 직접 운동 영상을 찍어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액션 연기를 보여드렸지만, 이렇게 노출이 있는 액션이 처음이었어요. 부담이 없진 않았던 것 같아요. 거의 벗고 있는 액션 시퀀스가 있기 때문에 벌크업에 집중했어요. 액션 장면은 거의 마지막까지도 콘티가 안 나와서 어떻게 액션이 만들어질지, 어느 부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였어요. 어디 한 군데 부족한 곳 없이 몸을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직업적 특성도 있고 특전사 출신이라 벌크업을 했고 굉장히 많이 잘 먹었어요. 촬영 전 1~2주부터 극단적으로 먹는 걸 조절했고요. 많이 먹느라 힘들었고. 촬영 직전엔 안 먹어서 힘들었어요. 이경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6개월 정도 걸려서 몸을 만들었어요. 촬영이 조금 늦춰지면서 운동할 시간이 한두 달 더 생겼기 때문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길게 운동해본 적은 처음이에요.”
연기보다 근육으로 화제가 됐고, 감정을 표현한 연기보다 액션 연기로 회자됐다. 이시영의 최근 출연한 영화 ‘언니’와 MBC ‘SF8 – 블링크’에서도 액션을 소화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이시영은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관심보다 액션과 신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게 싫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계속 운동을 하고 액션을 연습하는 것에 지치진 않아요. 솔직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엔 고민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액션’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얻은 게 저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운동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좀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운동하고 준비해야 한다면 저에겐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
‘스위트홈’은 마지막에 여러 가지 암시를 마련해두고 시즌1을 마쳤다. 이시영 역시 이경의 다음이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촬영하면서도 궁금했고 지금도 아무 내용도 모른다며 “시즌2가 제작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먼저 출연을 제안해준 이응복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제가 ‘스위트홈’에 참여한 게 배우로서 의미 있고 영광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배우들과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개인적으로 행복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게 얘기해주시는데, 전 감독님이 멋있게 찍어주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몸을 갖고 있어도 촬영을 안했으면 보일 수 없는 건데, 감독님께서 보여주셔서 감사하죠. ‘스위트홈’으로 인해서 제가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된다면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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