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으로 사지 마비 증상이 나타난 40대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백신 접종 19일 만에 사지마비로 입원했는데 치료비와 간병비가 일주일에 400만원이나 나오는 상황에서도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끝나면 청구해야 하며 심사 기간은 120일까지 걸린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조사 후 소식이 없었고 전화를 하면 질병청은 시청으로, 시청은 보건소로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며 대통령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의협은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관련해 ‘포괄적인 보상’이 반드시 필요함을 수차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으며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구성한 의정공동위원회에서도 이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기존에 없던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 유례가 없이 빠른 연구개발을 통해 서로 다른 여러 제조사의, 서로 다른 원리에 기반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접종 후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기존의 독감 등과 같이 엄격한 방식으로 인과관계를 따지게 된다면 접종을 받아야 하는 국민, 접종을 시행해야 하는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보다 포괄적으로 이상반응을 인정·보상하는 원칙을 천명하고 인과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 이상반응이 의심되면 충분한 치료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었다.
의협은 “지난 1월, 대통령이 ‘백신 부작용을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어떠한가”라며 “아내가 백신 접종 후 사지가 마비된 상황에서 남편은 여기저기 다른데 전화해보라고 ‘핑퐁’ 하기 급급한 관청들 앞에 절망하며 결국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논란이 증폭되면서 대통령이 ‘신속하게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나니 그제야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수천만 명이 맞아야만 하는 코로나19 백신이다”라며 “심각한 이상반응이 생길 때마다 이번처럼 청와대에 청원을 하고 눈물로 호소를 한 후에야 대통령이 지시를 내릴 것인가. 도대체 이 나라에 ‘시스템’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억울한 백성이 직접 신문고를 두드리고 왕에게 읍소를 해야만 하는 조선시대인가. 이것이 정부가 그간 자화자찬해온 ‘K-방역’인가”라고 되물었다.
의협은 “부디 보건당국이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만 보상하겠다’는 식의 행정 편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보다 코로나19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국민에 대해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보호하고 도울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집단면역 형성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백신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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