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놓고 경제계·시민단체 대립

'이재용 사면' 놓고 경제계·시민단체 대립

"기업 총수 역할 필요" vs "죗값 치르는 것이 먼저"

기사승인 2021-04-27 10:57:4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놓고 경제계와 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있다. 경제계는 "글로벌 경쟁력의 산업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삼성의 경영활동과 이 부회장의 개인범죄를 일체화시켜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건의했다.

경총은 이들 단체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 소관 부서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건의서에 이름을 올린 단체장은 손경식 경총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있어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지면 세계 1위 지위를 하루 아침에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한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꾸짖고 치열한 반성이 있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기업의 본분이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고 본다"며 "이 부회장이 하루 빨리 경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주시기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경제단체의 이 부회장 사면 요구에 시민단체 등은 "죗값을 치르는 것과 경영은 엄연히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와 총수 이 부회장을 일체화시키며 총수 개인 범죄의 문제를 법인 경영활동으로 둔갑 시켜 이 부회장 사면과 향후 진행될 재판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과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명목으로 고 이건희 회장을 사면한 것처럼, 이 부회장을 '백신 특사', '반도체 해결사'로 여론몰이하며 국민을 선동하는 술책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국민호도 여론을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법인 문제와 자연인 총수 개인 문제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경영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 일가의 세습과 사익편취 등과 관련된 개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수 일가의 범죄가 오히려 삼성전자의 주주와 직원들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이런 범죄를 용인한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이러한 삼성 재벌의 호도성 여론을 받아 이 부회장을 사면하는 역사적 퇴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사법부는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 관련 재판과정에서 공정성을 손상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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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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