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국제 간학회(The Liver Week 2021)에서 개정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2013년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 첫 개정이다. 개정본은 지난 8년 동안 변화한 우리나라의 인구 특성 및 치료제 실정을 반영했다. 개정위원장을 맡은 조용균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14일 발표자로 나서 주요 개정 사항을 설명했다.
새로운 용어 ‘MAFLD’ 제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 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을 의미하는 최신 용어 ‘MAFLD’가 소개됐다. 기존의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을 일컫는 용어 ‘NAFLD’는 알코올, 바이러스간염 등 다른 간질환이 동반된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MAFLD는 지방증과 함께 과체중·비만, 당뇨병, 대사이상이 등 다른 간질환을 동반해도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연구 결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용어와 기본 개념만 소개했다.
뚱뚱하지 않은 지방간질환 환자 주목
비만이 아닌 환자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몸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마른 체형에서도 지방간이 나타난다. 이런 환자는 체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비만이 아닌 국내 인구에서 약 19%로, 5명 중 1명이 지방간이 동반되어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선별검사 대상 처음으로 제시
선별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도 제시됐다. 지속적인 간효소수치 상승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대사증후군, 비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발생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도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선별검사를 위해 복부초음파 검사를 일차적으로 시도한다.
간경변증 환자, 간암 감시 검사도 필요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간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최근 데이터도 개정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연관 간경변증 환자는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이 높아, 정기적인 감시검사가 필요하다. 감시검사로는 간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6개월 마다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추가로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간세포암종발생을 낮추기 위해 금연, 금주, 체중 감량도 권장했다. 간섬유화가 심한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간세포암종 발생률이 10배 높지만, 초기 간섬유화를 보이는 경우 간세포암종 발생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감시검사는 개별화 되야 한다.
치료 약제는 ‘불충분’, 생활습관 교정·동반질환 치료 최선
개정 가이드라인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향후 활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정리했다. 적극적으로 권고할 만한 효과적인 약제가 아직 출시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약제가 나올 때까지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에게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동반 질환을 관리·치료하는 치료 전략이 적용된다. 간 조직검사로 진단된 지방간염 환자 혹은 간섬유화를 보이는 환자는 특히 주요한 치료 대상이다.
소아청소년에서 지방간 유병률 11%
어린 연령대에 대한 내용도 개정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소아청소년기에 지방간질환은 향후 국내 성인병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과체중 및 비만인 소아청소년에서 간수치 혈액검사인 ALT로 선별검사를 권고했다. ALT ≥ 26 U/L (남아), ≥ 22 U/L (여아)인 경우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한간학회는 지방간 진단과 관리가 원활히 이뤄져야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의 유병률은 약 30%이며, 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연간 약 45명으로 파악됐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1.6배, 제2형 당뇨병은 2.2배, 만성 콩팥병은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회 측은 선별검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질의응답을 통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30%가 지방간질환이 있다고 파악하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간병변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이 있다”며 “환자에게 단순히 ‘당신은 비만이니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조직검사 후 간섬유화와 간경화 등 병변의 위험성을 설명해주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게 되면 치료에 임하는 적극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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