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젊은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염증성 대장염은 일반 장염과 달리 만성적인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동안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로 치료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젊은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유전·환경·면역학적 요인 모두 작용…젊은 나이에 발생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으로는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있다. 이 중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데, 타 자가면역 질환과 다르게 젊은 나이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또 궤양성대장염은 서양인에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식생활이 급격히 서구화되면서 지역과 인종에 상관없이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국내 누적 환자 수는 4만8483명으로 4년 전인 2016년에 비해 약 26%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환자의 증가와 함께 질병 부담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궤양성대장염으로 인한 요양급여액은 전년 대비 86.2% 증가했는데, 이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 외에도 궤양성대장염이 사회‧직장생활을 활발히 전개해나가야 하는 20~40대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인 손실 역시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정성애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은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이 태중에서부터의 환경과 태어나서 만난 식이, 감염, 체내 호르몬, 약물,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아 면역학적인 균형이 깨져 생기는 병”이라며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인 요인 등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에 면역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시작하는 성인초기에 많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생기고 60대에도 또 한 번의 피크(peak)가 있다”면서도 “보통 입시, 입사, 결혼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진단을 받기 때문에 50, 60대에서 성인병 진단을 받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치료 시 정서적인 부분도 함께 케어해 줘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평생 치료 불가피, 약제 개발로 치료환경 개선
실제로 궤양성대장염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 때문에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불안이나 우울,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제약사 화이자에서 실시한 Global UC Narrative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소모적이라고 느낀다’(84%), ‘질환이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65%)고 답해 정신적 고충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의 주된 3가지 증상은 혈변, 설사, 복통이고,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괴로워하는 증상으로는 급박변(변을 참지 못하는), 항문통 등이 있다”면서 “보통 장이 예민해 (설사 등) 약간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치료 없이 지내는 환자들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하는 기능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의 점막이 헐고 짓무르는 양상 때문에 출혈,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 치료 없이 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궤양성대장염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을 제거해 완치시키는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대한 염증을 가라앉혀 장의 점막을 회복시키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관해기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JAK억제제, 인터루킨 억제제, 항인테그린제제 등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며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투약 방식도 다양해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서 장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약제가 많이 개발돼 수술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치료제로는 장에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등이 있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항암제의 표적치료처럼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는 주로 주사치료제로 병원에서 수액형태로 주사를 맞거나 인슐린처럼 자가로 피하주사를 맞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동안 병원에 머물러야하고, 자가주사의 경우 꼼꼼한 스케줄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진 소분자물질이 경구약제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효과가 빠르고 환자들이 편리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이 있는 경우 다학제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가면역질환이라 장관 외 담도, 눈, 관절 등에도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류마티스 내과, 정형외과, 안과 등 다른 진료과와 협진 하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 케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정신과, 신경과와도 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긴 호흡으로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이 환자나 보호자를 낙심하게 하고 실망하게 한다. 하지만 잘 치료하면 관해기를 오래 유지하면서 본인의 재능을 다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다”며 “장기간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보니 의사-환자간 관계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들이 본인의 병을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잘 치료해 나갈 수 있도록 가족들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의사들이 알맞은 적응증에 약을 편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의료제도나 보험제도가 잘 뒷받침 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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