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CCTV 설치는 수술실 내 환자 안전 지키는 최소 조치”

환자단체 “CCTV 설치는 수술실 내 환자 안전 지키는 최소 조치”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 “마취 환자 상대 비의료적 범죄 방지 수단”

기사승인 2021-05-26 12:53:25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둘러싼 공청회에서 환자단체가 대리수술·유령수술 등을 막기 위해선 수술실 CCTV 설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수술실CCTV설치법 관련 공청회)’에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환자단체들은 수술실이라는 특성상 마취된 환자와 의료인 간의 비대칭적 정보 해소를 위해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며 “그 안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범죄행위에 참여한 사람 모두 공범 관계라 내부자 제보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 이외에 성범죄·의료사고 조직적 은폐 등 범죄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 취급해 수술 집중 어려움 ▲의료분쟁 증거로 사용될 우려로 고위험 수술 기피 ▲환자 민감한 신체 부위 촬영 영상 유출 등을 이유로 CCTV 설치를 반대했다.

안 대표는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범죄 예방이나 인권 보호를 위해 용인하고 있다”며 “또 수술실 CCTV 영상이 있다면 환자가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신속한 확인을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민감한 신체 부위 촬영 영상의 해킹·유출에 대한 지적은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관 내 CCTV영상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반증하는 것이다. 유출 우려는 응급실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촬영하는 이유는 수술실 내 모든 범죄행위와 인권침해를 100% 예방하거나 사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의료인 안전보호를 위한 법안이 30여개 발의됐고,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하지만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은 대부분 통과되지 못했다. 수술실에 대한 환자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추락한 의사 면허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CCTV법의 신속한 국회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과다 출혈로 숨진 고 권대희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은 “우리 사회는 수술실에서 환자가 죽거나 장애 판정을 받아도 의료사고로 정의해 의료범죄는 수없이 숨겨졌다”며 “의료사고는 정상적 의료행위에서 벌어지는 사고다. 의료범죄는 환자가 마취된 틈을 타 동의받지 않은 수술, 무단 장기 적출, 성추행 등이다. 수사기관도 의료사고와 의료범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게 된 건 신뢰를 훼손시킨 의료 범죄자가 방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들 권대희가 괴상한 범죄 수술실에 누웠다 살아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CCTV 영상을 구하기 전에는 ‘죽었는데 어쩌라는 말이냐’라는 주장도 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여럿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유령수술, 무단장기적출은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숫자조차 파악되지 못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수술실 CCTV는 마취된 사람에게 저지르는 범죄를 막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지난달 28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등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간사 간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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