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백원에서 열린 ‘치매안심병원 강화 및 치매 정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환자는 조기에 개입해 치료하면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라며 “치매의 중증도가 증가할수록 관리비용이 급증한다. 정부의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치매안심병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안심병원이란 민간의료기관에서 관리하기 힘든 폭력, 망상 등 행동 심리 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을 보이는 환자를 전문인력이 집중적으로 약물·비약물 치료를 진행해 최대한 빠른 기간 내 퇴원시켜 지역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다. 다양한 인지 치료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퇴원 후 연계돼야 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조사·의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전국에 치매안심병원은 ▲경북도립 안동병원 ▲경북도립 김천병원 ▲대전1시립병원 ▲경북도립 경산병원 등 4곳만 지정돼 있다. 치매안심병원의 지정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수가 보상체계 미흡, 중증 치매 환자 돌봄 부담 가중, 전문가·정책당국 모두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정책 방안 마련에서 오는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최 이사는 “적극적인 보상체계, 운영시스템 기준 등이 논의돼야 치매안심병원을 늘릴 수 있다”며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선 광역치매센터의 역할도 중요해 광역치매센터와 치매안심병원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제도 안착을 위해 전문가 그룹의 참여, 연구 시스템 등도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병원을 늘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환자를 90일 이내에 퇴원시키는 경우, 입원 기간 요양병원 일당 정액수가 1일 4만6590원 외에 추가로 1일 최대 4만5000원을 지급하는 치매안심병원 인센티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월부터 기존 치매안심병원 인력 기준인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외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치매안심병원을 20개소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호진 이사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분야다 보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과연 응급 BPSD 증상의 환자를 한의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의료계와 한의학계의 대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치매 환자의 응급 증상에 대한 대처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력이 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언제까지 사명감에 호소할 수는 없다”며 “처우가 좀 더 나아져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도 업무는 과중하나 보상이 적어 이 분야로의 유입이 적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공립병원이 대부분 지방에 있다. 의사들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특히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수도권에 있고자 한다. 지역의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 그 공백을 책임지기 위해선 광역치매센터 등에 전문가 그룹을 양성해 책임지고 지도·관리하게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은 정책의 일반적인 원칙 준수와 함께 원활하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서 국공립병원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지원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 본부에서 이 사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국공립요양병원부터 시작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들었다”고 했고, 김지연 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예산 투입의 원칙을 보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지어지지 않을 곳에 해야 한다.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지고 지원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치매안심병원’라는 이름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전은정 보호자는 “치매안심병원이 집에서 모시기 어려운 분을 잠깐 모셨다가 지역사회로 다시 돌려보내는 병원이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 모두 안심할 수 있는 느낌은 아니다”라며 “치매 환자가 편하게, 쉽게 갈 수 있는 병원도 많이 늘었으면 한다”며 아쉬워했다.
최호진 이사는 정부의 정책운영에 있어서 획기적인 관점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치매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예산이 쓰이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다른 질환이나 복지영역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정작 치매 분야도 예산의 재원이 보건, 복지영역에 한정되다 보니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도블록,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건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쓰인다. 노인 인구의 10% 이상이 치매 환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보건복지부의 한정된 예산으로 논의해서는 안되고,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가 국민을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써야 할 예산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는데 쓰이는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의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정책 예산 재원 마련에서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노인의 아이콘이 ‘지혜로움’인데, 그 아이콘을 망가뜨리는 결정적인 질환이 치매”라며 “단순히 질환이라고 복지부에서 협소하게 나설 게 아니다. 치매는 국가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치매국민책임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부담하고 있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3년 11조7000억원에서 2060년 43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치매는 한 개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환자 당사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완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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