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보건의료계획’ 반대 목소리 지속… “공공의료 포기 수준”

정부의 ‘공공보건의료계획’ 반대 목소리 지속… “공공의료 포기 수준”

“지역 공공병원 신축 단 3개소 불과… 그마저도 이미 설립 확정됐거나 사실상 확정된 지역을 의미없이 재발표”

기사승인 2021-06-05 05:05:02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2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보건시민단체는 “공공의료를 포기한 수준과 같다”며 계획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2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향후 5년간 4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정부는 5년 내 17개 시·도 및 70개 진료권별로 공공적 역할을 하는 책임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기존에 운영중인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는 동시에 의료취약지역을 대상으로 20개 이상의 지역공공병원을 신·증축하기로 했다. 또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지역뇌심혈관질환센터를 70개 진료권별에서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권역외상센터도 현행 15개소에서 17개로, ‘닥터헬기’도 현재 7개에서 9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외에도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간 파견 확대,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등의 본격 가동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족한 간호 인력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지역공공간호사제’, ‘간호학과 신설’ 등을 내걸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공공보건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적 의료 안전망”이라며 “누구나 어디서든 질 좋은 필수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말했다.

반면, 해당 계획을 두고 ‘미흡한 계획’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38개 시민단체가 모인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3일 성명을 통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포기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역 공공병원 20개소를 확충한다지만, 이 중 신축은 단 3개소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미 설립이 확정됐거나 사실상 확정된 지역을 의미 없이 재발표한 것”이라며 “결국 향후 5년간 공공병원 신축 계획은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내용도 갖추지 못한 생색내기 수준이다. OECD 평균 70% 이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0%는 되어야 하고, 주요 대도시인데도 공공병원이 없거나 1개뿐이어서 코로나 상황에 극심한 고통을 겪은 울산, 광주 대구, 인천 등을 비롯해 17개 시도에 단기적으로 2개씩은 되도록 공공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구는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 ‘공공병원 수요조사’를 하고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국가가 공공의료 설립의 주체다. 수요조사를 운운할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공의료기본계획을 논의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데 정부가 9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핑계로 졸속 계획을 급하게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2일 회의에서 ’수요자‘ 의원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앞선 사유로 회의자리에서 항의하며 퇴장했지만, 정부가 두 단체를 배제하고 기본계획을 논의해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전면 폐기하고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의지는 없고 의료영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며 “코로나19를 겪고도 2025년까지 공공병원을 고작 3개 짓겠다는 계획과 8.9%에 불과한 공공병상을 고작 9.6%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볼 때 공공병원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보건의료계획은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의료연대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와 근무조건 개선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병원 현장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단 한 번도 늘지 않은 의대 정원보다 간호대학 정원과 교육기관은 두 배 이상 폭등했어도 간호 면허 소지자 수 중 병원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 간호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위기에 지난 2년간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인력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깨달았다”며 “이런 상황에 얼토당토않은 계획을 내놓은 복지부는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당장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진정성 있는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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