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의료 바람… 의료계도 움직일까

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의료 바람… 의료계도 움직일까

대한의사협회, 완강한 반대→의료계 참여하는 논의기구 통해 장기적인 관점서 접근으로 수위 조정

기사승인 2021-06-15 05:00:15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서울대병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허용했다.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원격의료와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혀 원격의료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이후 의료기관에서 전화 등을 통해 진행된 비대면 진료는 올해 5월까지 211만건 이뤄졌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1만723개 의료기관에서 211만건의 비대면 진료실적이 나왔다”며 “보건의료정책의 측면에선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의료계의 수용성이 중요한 만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부터 제한적인 취약계층,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부겸 총리는 ‘규제 챌린지’를 도입해 과도한 국내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규제 챌린지에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 보건의료와 관련한 정책을 포함해 총 15개의 과제가 포함돼 있다. 해당 과제는 3단계에 걸친 단계별 회의체를 통해 규제 내용 및 해외사례를 상세히 검증하고, 규제 완화·유지 시 파급효과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개선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의료계는 원격의료와 관련해서 완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했을 때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2만명의 의사회원을 이끌고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노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자해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대한의사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강원도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원격의료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즉각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년 문재인정부도 원격의료를 추진하고자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 7개 지역을 발표하고 강원도를 원격의료 허용 특례지로 선정했다. 의협은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원격의료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 의료란 환자의 질환을 예방하고 질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진단해 적절한 처방, 술기, 수술로 치료한 후 경과를 확인해 환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원격의료는 그렇지 못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0년 해당 사업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8곳 등이 참여했다.

이번 김 총리가 발언한 ‘규제 챌린지’를 명분으로 한 비대면 진료 허용에 대해 의료계 입장은 이전과 다소 달라졌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의학적·기술적 안정성 및 유효성 미검증 ▲산업·경제적 측면의 추진으로 인한 의료영리화 ▲법적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강행하려 함은 의사, 환자 간 분쟁 사례와 더불어 기존 1차 의료 공급체계의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규제 챌린지’를 명분으로 한 원격의료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완강한 반대’에서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자고 한층 수위를 내린 것이다.

지난달 열린 ‘2021 미래행복포럼’에서도 의료계는 원격의료 도입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사회가 급격히 디지털화되는 건 충분히 느끼고 공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의사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모습을 보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한국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낮지 않은 만큼 원격의료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원격진료를 선택해야 한다. 의료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의료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초진은 대면으로 하고 만성질환은 원격의료로 한다면 편리해질 수 있다. 수많은 임상데이터를 쌓고 학습한다면 오진율도 낮추고 의사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제공한다면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하면 국민건강을 지키는데 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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