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수술실 CCTV 설전’… 이달 내 통과 가능할까

정치권 ‘수술실 CCTV 설전’… 이달 내 통과 가능할까

23일 복지위 법안소위서 논의 예정… 의료계·야당 반발 거세 통과 불투명

기사승인 2021-06-18 05:00:05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 내 수술실 CCTV. 사진=경기도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야당은 소극적인 의료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맞서고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술실 CCTV와 관련한 법안은 총 3건 발의됐다. 민주당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은 촬영 및 녹음까지 가능케 하고, 촬영물 보존까지 의무화하자는 내용을 담았고, 신현영 의원은 영상정보 취급 관리, 영상정보 제공 의무 등을 신설하고 CCTV 영상정보 유출 등 행위에 대한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단은 이를 하나로 병합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수술실 CCTV설치 법안 등 환자안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반드시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술실 CCTV 설치법도 민생 개혁에 중요한 법안”이라며 “비록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 유령 수술과 의료사고 은폐, 수술실 내 각종 범죄를 막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에 따라 지난 5월 28~29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응답자의 80.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89%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의료행위에 있어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사실상 수술실 CCTV 설치법안 통과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유보적 입장에 실망했다.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온 국민의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한 민주당에 ‘그러면 테러를 옹호하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이 바보 같은 공격인 것처럼, 수술실 CCTV 설치에 신중하자는 입장에 불법 의료나 성추행을 묵인하자는 거냐고 받아치는 건 정치의 희화화”라며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하며 여론조사 정치를 할 거냐”고 맞받아쳤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남국 의원은 “야당 대표의 논박하는 수준이 국회 본청 앞 해태상을 붙잡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정도”라며 “앞으로 이런 식이라면 ‘이준석 태풍’은 실망을 넘어 대표적인 청년 정치의 실패사례로 남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과속 감시 CCTV, 다른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때문에 운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황당한 주장”이라며 “이미 의료진 요구로 모든 응급실에는 CCTV가 설치됐다. 이 대표 논리대로면, 응급실에 설치된 CCTV는 응급실 의료진의 소극적 의료행위를 부른다. 주장의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공격에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의료과실 소송에서 과실 입증이 쉽지 않아 고육지계인 줄 알지만, 모든 의사를 범죄인 취급하고 감시 대상으로만 본다면 중환자에 대한 수술 기피와 그로 인한 환자의 생명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냐”며 “의료과실 문제는 ‘입증책임의 전환’으로 해결하면 된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특권 소수층 옹호라는 공격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해 출입구 쪽에 CCTV를 설치하자거나 바이오인증을 하자는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선악 구도로 모는 것은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수술실 CCTV와 관련해선 단계적인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수술실 입구에 설치할지, 내부에 설치할지와 설치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할지 상급종합병원으로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복지부는 설치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서 복지부는 공공의료기관의 설치는 의무화하되 민간의료기관 수술실에는 ‘자율’ 설치하고, 수술실 입구 설치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수술실 CCTV설치 법안은 오는 23일 국회 복지위에서 다시 논의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일어나는 대리 수술 등 의료범죄를 중앙윤리위원회 기능 대폭 강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확대, 자율정화 특별위원회 설치·운영 등 의사들의 자율정화 강화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자단체는 수술실 내 환자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로 수술실 내 CCTV가 필요하다고 맞서 6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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